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25에서 많은 글로벌 업체들이 AI(인공지능) 가전제품만큼이나 공을 들인 키워드는 '로봇'이었다.
특히 중국 주요 기업들은 신기술을 앞세운 로봇청소기는 물론, 인간의 형상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 등으로 방문자들의 시선을 끄는데 주력했다.
로봇에 공 들이는 中기업들…경쟁적으로 기술 뽐내
독일 베를린에서 5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된 IFA 현장을 이틀 동안 둘러본 결과 이미 세계 시장을 장악한 중국 로봇청소기 업체들은 활동 범위를 크게 넓힌 제품들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IFA에 참가한 한국 기업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들 업체의 제품을 "인상적인 포인트"라고 꼽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특히 드리미는 세계 최초로 계단을 오르내리는 로봇청소기 사이버X를 현장에서 공개했다. 4개의 타원형 바퀴가 다리로서 기능하며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마치 로봇 개를 연상시켰다. 제품에 각인된 문구도 청소기가 아니라 지능형 자동 계단 오르기 '로봇'이었다.
드리미의 사각형의 C1 청소기는 창문에 붙어 거미처럼 움직였고, Z1 프로는 수영장의 벽면이나 바닥에서도 자유자재로 쓰레기를 수거했다. 로봇청소기 1위 기업인 로보락도 두께 7.98cm의 슬림 로봇청소기 '큐레보 커브 2 프로'를 공개하며 좁은 공간을 통과하는 모습을 시현했다.
TCL와 하이센스 등 중국 대표 가전 기업들도 로봇을 주요하게 전시하며 그들이 해당 영역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드러냈다. TCL은 아이 돌봄용 AI로봇 에이미(AiMe)를 올해 CES에 이어 IFA에서도 내세웠다. 캡슐 안에 있는 아기처럼 생긴 에이미는 사람을 인식해 움직이며 대화하고, 사진을 찍어 가족에게 전송하기도 한다. 에이미에게 "사진을 찍어줘"라고 말하며 신기한 듯 살펴보는 아이들도 많았다.
하이센스도 RGB TV를 상징하는 색상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춤을 추는 모습을 선보였다. 네 발로 IFA 현장 곳곳을 돌아다니는 중국 로봇 기업 매직랩의 로봇 개도 방문자들에게 반응하며 볼거리를 제공했다.
중국 기업 뿐 아니라 독일의 뉴라로보틱스도 사람 키만큼 큰 휴머노이드 로봇 4NE1을 전시했다. 이 로봇은 여러 색깔의 빨랫감들 가운데 흰 옷을 인식해 분류하고 있었다. 뉴라로보틱스의 로봇은 올해 초 CES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에 등장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레거 뉴라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로봇은 인지적이다. 보고, 듣고, 만지며 정보를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사람과 사물을 구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韓기업은 'AI 홈' 완성도에 무게…"로봇 개발도 계속"
반면 한국 대표 가전기업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IFA에서 작년에 각각 공개했던 '집사 로봇' 볼리와 Q9을 앞세우기보다 여러 가전제품이 인공지능의 지휘 하에 유기적으로 기능하는 'AI 홈'의 높은 완성도를 강조하는 데 무게를 뒀다. 두 기업의 AI 홈을 채운 여러 가전제품들은 AI로 연결돼 사람을 학습하며 취향과 필요에 맞게 작동하고 있었다.
예컨대 생성형 AI를 탑재한 홈 허브 LG 씽큐 온으로부터 건강 레시피를 추천 받고 "준비해 줘"라고 말하면 오븐이 예열되고, 요리가 완성될 때까지 휴식 공간으로 이동해 "잠깐 숨 좀 돌릴까"라고 말하면 온도와 습도, 조도, 음악까지 사용자의 취향에 맞게 환경이 조성됐다.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워낙 거센 만큼 두 기업을 향해선 로봇 개발 현황에 대한 관심도 쏠렸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HS사업본부장 류재철 사장은 "LG전자가 꿈꾸는 우리 가정의 모습은 제로 레이버 홈, 즉 가사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라며 "기존의 Q9이 이동하는 똑똑한 AI 홈 허브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실현과 액션을 할 수 있는 홈 로봇의 형태로 진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장 노태문 사장은 "피지컬 AI를 적용한 로봇을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쪽 방향으로도 계속 투자를 해서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