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공소장에 드러난 '핵심 비선' 건진…오늘 구속 기소

특가법 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김건희 공소장 곳곳에 등장…통일교 청탁·선물 창구 역할
샤넬가방·그라프 목걸이 등 8천만 원대 금품 수수 정황 적시
김건희, 건진 요청에 따라 통일교 측에 '감사 전화'도
특검, 이제 권성동 의원·통일교 한학자 총재에 영점 조준

김건희 씨의 '통일교 청탁 의혹' 당사자로 알려진 건진법사 전성배 씨. 황진환 기자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8일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긴다. 특검은 전씨를 '통일교 청탁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씨의 사실상 대리인으로 활동한 '핵심 비선'으로 판단했다.
 
김건희 특검은 이날 오전 건진법사 전씨를 구속 기소한다. 전씨는 지난달 2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됐다.
 
전씨 공소장에는 앞서 구속 기소된 김씨 공소장에 등장한 범죄 사실들이 다수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 공소장 곳곳에 전씨가 등장하며, 특검은 전씨가 통일교와 김씨 사이에서 각종 청탁과 선물 전달을 매개했다고 판단했다.
 
김건희씨 공소장에 따르면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는 2022년 3월 초, 또 다른 통일교 인사를 통해 전씨를 소개받았다. 윤씨가 전씨를 소개받은 이유는 "전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씨와 친분이 두텁고, 향후 윤석열 정권에서 굉장히 영향력이 있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고 특검은 봤다.
 
윤씨는 2021년 말~2022년 초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통해 통일교 정책과 행사를 국가 차원에서 지원해주면, 통일교 신도들의 조직적 투표와 자원을 동원해 윤석열 후보의 제 20대 대통령 선거를 돕겠다고 제안한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김건희씨가 2022년 3월 말 이미 통일교의 대선 지원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봤다. 당시 김씨가 윤씨에게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 (한학자) 총재님 건강은 어떠시냐,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달라"는 취지로 말하며 전화를 건 정황이 확인됐는데, 이 통화는 전씨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이 통화로 윤씨는 전씨가 김씨뿐 아니라 '윤핵관' 등 윤 전 대통령 주변 인물들에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특검은 공소장에 기재했다. 이후 윤씨는 한학자 총재 승인 아래 △권성동-윤석열 △전성배-김건희로 이어지는 '투트랙' 소통 창구를 운영했다고 한다. 특검은 김씨와 전씨가 "대선에서 통일교의 도움이 컸으니 이후에는 통일교 측 요청에 화답해야 한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가평 통일교 본부 천정궁. 가평=박종민 기자

특검이 적시한 김씨의 첫 금품 수수는 2022년 4월쯤이다. 전씨가 4월 7일 경기 가평 통일교 본부에서 윤씨로부터 802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인삼 농축차를 받고 그 무렵 김씨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후 전씨가 당시 영부인이었던 김씨의 공식 일정까지 파악해 통일교 측에 전달하며 금품 수수 일정을 조율했다고 한다. 두 달 뒤인 2022년 6월 윤씨는 김씨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순방을 앞두고 선물을 전달하기로 계획하고 전씨에게 선물 교부 의사를 전달했는데, 전씨는 김씨의 해외 순방 일정을 확인한 후 윤씨에게 '내일(2022년 6월 27일) 2시에 출발해 2022년 7월 1일에 돌아오니 그 다음주에 연락 달라'고 답변했다고 조사됐다.
 
이후 윤씨는 김씨의 순방 직후인 2022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전씨를 통해 1271만 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6220만 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를 전달했다. 지금도 샤넬 가방과 그라프 목걸이의 실물을 찾지 못했지만, 윤씨와 전씨가 김건희씨 일정을 고려해 선물 전달 시기를 고려했던 정황을 감안할 때 해당 선물들이 김씨에게 전달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소장에 따르면 전씨는 통일교 현안을 청탁받는 대가로 총 세 차례에 걸쳐 약 8293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적시됐다.
 
특검은 오는 9일까지였던 전씨의 2차 구속 기한을 모두 채우지 않고 전씨를 재판에 넘긴다. 전씨의 1차 구속 기한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21일부터 열흘 후인 지난달 30일까지였으나 특검은 기한을 한차례 연장했다.
 
특검은 지난달 21일 전씨를 구속한 뒤 여섯 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전씨는 그간 특검 조사 초반에는 대체로 혐의를 부인해왔다고 한다. 즉, 윤씨로부터 청탁성 물품과 관련 요구를 받은 적은 있으나 이를 김 여사에게 전달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될수록 일부 혐의에 대해선 인정하는 것으로 태도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전씨가 재판에 넘겨지고 나면 '통일교 청탁 의혹'에 대한 특검의 수사력은 권 의원과 통일교 한학자 총재로 집중될 전망이다. 특검은 권 의원이 2022년 대선을 앞두고 통일교 측으로부터 1억 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고 그해 2~3월 한 총재에게서 금품이 담긴 쇼핑백을 수수한 것으로 의심한다.
 
또한 특검은 김씨를 향한 통일교의 각종 청탁과 금품 제공이 한 총재의 지시와 묵인 아래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한 총재는 이날 출석하라는 특검에 불출석 사유를 제출하자, 특검은 오는 11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는 요구서를 재차 송부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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