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불법 행위를 저지른 개인과 함께 법인도 처벌하는 양벌규정을 외국 법인에도 적용해 벌금형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양벌규정 적용과 관련해 외국법인에 대한 대한민국 형사 재판권이 미치는지에 관해 구체적으로 판시한 첫 사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산업기술보호법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대만의 LED 생산업체 에버라이트에 벌금 6천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확정했다.
국내 LED 업체 서울반도체에서 근무하던 김모씨 등 3명은 퇴사 후 대만의 경쟁업체 에버라이트에 입사하면서 서울반도체의 산업기술과 영업비밀을 열람·촬영해 에버라이트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다.
에버라이트도 법률 위반 시 위반자 외에 그 사람이 소속한 법인이나 개인에게도 책임을 묻는 제도인 양벌규정을 적용받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에버라이트 측은 외국에서의 과실 행위에 대해 대한민국의 재판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1·2심은 일부 무죄·유죄를 선고하며 각각 벌금 5천만 원과 6천만 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이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피고인 회사 종업원들 사이의 영업비밀 등 누설·취득 등에 대한 의사 합치, 이에 따른 산업기술 및 영업비밀 열람·촬영과 영업비밀 무단 유출 행위가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이루어진 이상, 비록 종업원들의 산업기술 유출·공개와 영업비밀 사용·누설·취득 등 행위가 대한민국 영역 밖에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종업원들이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죄를 범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종업원들의 위반행위는 양벌규정이 적용되는 피고인 회사의 범죄 구성요건적 행위의 일부라고 할 수 있어 종업원들이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죄를 범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이상 피고인 회사도 대한민국 영역 안에서 죄를 범한 것이므로, 피고인 회사에 대하여 형법 제2조, 제8조에 따라 대한민국 형벌규정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한편, 김씨 등 3명은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수원지법에서 일부 유죄(각 징역형 집행유예 및 일부 무죄)가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