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도 높은 개혁 주문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혁위원회'를 출범한 가운데 LH의 공공택지 매각 현황을 분석한 조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LH 개혁 과제 중 하나로 '땅 장사' 비판을 받는 택지 매각 구조 개편이 꼽히고 있어 조사 내용에 따라 논의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와 LH는 지난달 29일 개혁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개혁 방안 마련에 나섰다. LH 개혁 방향은 '사업 개편·기능 재정립·재무·경영 혁신' 등 세 분야로 나눠 중점적으로 논의가 이뤄질 계획이다.
LH 안팎에서는 사업 재편과 기능 재정립 등과 관련해 개혁위가 '공영개발'에 힘을 싣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LH가 직접 개발 주체로 나서고 이후 운영·관리를 맡아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또한 택지를 민간에 팔지 않고 임대하는 방식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방식도 거론되고 있다.
LH는 택지를 매입해 조성한 뒤 민간에 되팔아 발생하는 수익으로 공공임대주택 운영 과정에서의 손실을 메꾸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은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손실이 불가피하다.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춰 주거 약자에 대한 혜택을 강화할수록 적자는 더 커지기 때문이다. LH는 이렇게 발생하는 적자를 수도권 공공분양이나 택지개발 사업 등으로 발생한 수익으로 상쇄하는 것이다.
결국 민간에 택지를 팔아 올린 수익으로 임대주택 등을 공급하지만, 공공성과 수익성이 모순인 상황으로 LH가 땅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이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3일 내놓은 'LH 공공택지 개발 및 매각 실태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 6월까지 12년간 LH가 매각한 공공택지 면적은 1281만 평이다. 공급가격은 85조 원이다.
경실련은 12년간 매각된 공공택지에 용적률 200%를 적용해 장기공공주택을 짓는다면 102만 세대를 공급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무주택 서민과 청년층은 물론 반지하 세입자와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주거 안정에 엄청난 기여를 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같은 기간 공동주택용 공공택지 개발은 총 802만 평인 반면 매각은 1281만 평으로 집계됐다.
경실련은 "개발한 택지보다 매각한 택지가 479만 평 더 많다"며 "LH가 신규 개발택지는 물론 과거에 개발한 택지까지 모조리 매각해 버린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공주택을 지을 것도 아니면서 팔아먹기 위해 국민의 사유재산을 강제수용하는 행태는 명백한 잘못"이라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공공택지 매각 중단을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LH가 경실련 등의 지적에 택지 매각 수익으로 공공임대주택 운영 과정의 손실을 충당하는 '교차 보전' 체계에서 벗어나려면 막대한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 택지 분양 수익 없이 임대주택 운영만으로 LH가 재무 건전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관건인 셈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택지 매각을 하지 않는다면 가장 풀어야 할 숙제는 주거복지 사업 등 손실이 발생하는 영역을 보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방안을 찾지 못하면 결국 정부 재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그 부분의 해답을 어떻게 찾을지가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LH 관계자는 "제기되는 여러 문제에 대해 개혁위원회가 다각도로 검토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