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한 장면을 두고 외신들은 "중국의 반(反)서방 도전장"이라고 평가했다. 러시아 지원에 이어 중국과의 관계 복원을 시도하는 북한의 행보 속에 북·중·러 삼각 연대가 한층 공고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AP통신은 이번 열병식 모습을 두고 "최근 수년간 악화됐던 북·중 관계가 이번 방중을 계기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은 북한의 최대 교역국이자 원조 제공국이고,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질서를 대비해 중국과의 관계를 다져둘 필요가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북한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 등 군사적 지원을 하며 밀착 행보를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관계가 다소 소원해졌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균형을 복원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AP는 또 북한이 러시아 지원을 계기로 국제 현안에도 적극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며, 향후 중동이나 대만해협 갈등에서도 미국을 견제하는 외교적 발언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열병식을 "시진핑 주석이 중국을 미국 이후의 국제 질서의 관리자로 만들려는 상황에서, 성장하는 무력과 지정학적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북·중·러 정상이 공식 석상에서 한자리에 선 것은 1959년 10월 1일 중국 건국 10주년 열병식 이후 처음이다. 당시 김일성 북한 주석, 마오쩌둥 중국 주석,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가 톈안먼 망루에 함께 올라 사회주의 진영의 단결을 과시했다. 이번 전승절 장면은 그로부터 66년 만에 재현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전투기와 탱크, 최신 중국 군사 기술이 베이징 중심부를 누비며 수년 만의 대규모 무력 과시가 이뤄졌다"며 "푸틴 대통령의 참석은 중국이 외세의 압력에 저항할 만큼 강력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이번 행사가 대만과 그 지지 세력에 "독립 움직임은 위험하다"는 무언의 경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진핑 주석이 10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를 주재했다"며 "베이징에서 군사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블라디미르 푸틴, 김정은 위원장 등 동료 '스트롱맨'과 연대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도 "세 정상의 공동 등장은 매우 인상적"이라며 "중국이 서방에 저항해 온 국가 지도자들 앞에서 첨단 무기를 선보였다"고 평가했다.
BBC는 김 위원장이 딸 김주애와 함께 방중한 사실에 주목했다. 매체는 국가정보원의 분석을 인용해 "김주애가 유력한 후계자"라는 평가를 전하며, 김 위원장이 딸을 대외 행사에 동행시킨 것은 가부장적 체제에서 후계 구도에 대한 편견을 완화하려는 의도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