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지난 2022년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정황이 한 총재 비서실장의 수첩에서도 발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권 의원은 최근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은 일이 없다"며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실제 돈이 전달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한 총재 비서실장이며 통일교의 2인자로 평가되는 정모씨의 수첩을 확보했다. 해당 수첩엔 2022년 초 권 의원의 경기도 가평 천정궁(한 총재 기거 건물) 방문과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금일봉을 하사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20대 대선 전이었던 2022년 2월 권 의원이 천정궁을 찾아 한 총재로부터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아 갔다고 의심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씨에게 샤넬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고가의 선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통일교 전 고위 간부 윤모씨는 특검 조사에서 "권 의원이 한 총재에게 큰절을 하고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아 갔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최근 윤씨를 기소하면서 공소장에 권 의원이 천정궁에 방문한 사실을 적시했다. 이 자리에서 권 의원이 한 총재로부터 '앞으로 통일교는 윤석열 대선 후보를 돕겠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감사의 표시를 했다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공소장에 담겼다. 이 자리엔 정씨가 배석한 것으로 특검은 파악했다.
특검은 이 자리에서 실제 불법 정치자금이 오고 갔는지 여부에 대해 계속 수사하고 있다. 권 의원은 지난달 27일 특검 소환조사에서 천정궁을 방문해 한 총재를 만난 사실과 큰절을 한 사실은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금전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권 의원은 특검 조사에 앞서 취재진들과 만나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어떠한 금품도 수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별개로 권 의원은 윤씨로부터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도 받는다. 특검은 윤씨 공소사실에 2022년 1월 5일 서울 영등포구의 모처에서 권 의원을 만나 통일교의 각종 대규모 프로젝트와 행사를 도와달라는 내용의 제안을 하면서 1억원을 기부했다고 적시했다.
권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권 의원과 윤씨의 문자메시지 대화 내용, 윤씨의 메모, 통일교 재정책임자를 지낸 윤씨의 배우자 이모씨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현금 상자 사진 등 증거를 토대로 권 의원에게 실제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이 전달됐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소환조사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권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현직 국회의원은 회기 중 불체포특권이 있어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다.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은 이르면 10일에서 12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이뤄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