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 기념 열병식' 참석을 위해 전용 특별열차 편으로 2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
김 위원장의 도착 사실은 외신 카메라 등에 포착돼 처음 알려졌다. 이후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각 5시)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베이징역에 도착한 김 위원장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으로 공식 권력서열 5위인 차이치 공산당 중앙서기처 제1서기, 그리고 외교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장관) 등이 영접했다.
이번 전승절 열병식 행사가 북중 양자간 행사간 아닌 여러 정상을 초청한 다자행사임에도 김 위원장의 이전 국빈 방문 때와 같은 급의 인사들이 영접을 나온 것으로, 그만큼 중국 측이 김 위원장을 각별히 챙기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당국은 열병식에 참석하는 26개국 정상 명단을 발표할 때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다음 두번째로 김 위원장을 소개했다. 또,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별도로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에는 후계자로 거론되는 딸 주애도 동행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는 김 위원장 뒤에 딸 주애의 모습이 포착됐다. 또,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조용원·김덕훈 당 비서도 눈에 띄었다.
김 위원장이 도착한 베이징역은 이날 오후부터 경비인력이 대거 투입됐으며, 김 위원장 일행이 열차에서 승용차로 갈아타고 역을 빠져나갈 때까지 역전체가 사실상 통제됐다.
김 위원장은 베이징역에서 주중 북한대사관으로 직행했다. 역시 경비인력이 대거 보강된 북한대사관 주변 도로는 통제됐고, 인근 식당 등 가게들도 점심시간 이후 영업이 중단됐다.
북한대사관으로 진입한 이후 김 위원장의 행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관례상 김 위원장은 중국 정부 공식 영빈관인 댜오위타이(조어대)에서 묵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전 3차례의 베이징 방문 때도 모두 댜오위타이에 묵었다.
다음날 열리는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은 톈안먼 망루 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옆에 앉아 행사를 지켜볼 예정이다. 시 주석 옆에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자리하는데 북중러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냉전시대 종료 이후 처음이다.
열병식 참관 외에도 김 위원장은 시 주석, 그리고 푸틴 대통령과 각각 정상회담을 열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이 대면한 것은 지난 2019년 6월 시 주석의 평양 방문 당시가 마지막이었다. 푸틴 대통령과는 지난해 6월 평양에서 회담했다.
북중러 정상이 함께 3자 회담을 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 경우 한미일과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로 비춰질 수 있다는 부담도 크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3자 회담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