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청 놓고 여전한 당정 기싸움…예견된 불씨?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류영주 기자

검찰개혁을 앞두고 당정 간 미묘하게 불편한 기류가 지속되고 있는 모양새다. 안정적 운영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정부와 달리, 여당은 확실한 검찰해체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李대통령, '맹점 최소화'에 방점…'정성호-봉욱' 라인에서 이미 읽혀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2일 검찰개혁과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의 뜻이 제도 변화로 인한 '맹점 최소화'에 있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말씀하신 '충분한 의견을 거쳐서 토론을 하라'는 부분은 국민들이 '검찰개혁'이라는 네 글자 말고, 그 네 글자 안에 담겨 있는 구체적인 대안에 대해서 정보에 어둡지 않게 어떤 부분이 대안이 되고 어떤 부분이 단점이 되고 장점이 되는지 맹점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알리라는 의미의 대통령으로서의 조언"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강 대변인의 발언은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 자체에 대해서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제도 변화로 인해 영향을 받는 국민들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다는데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성호 법무장관이 최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대통령실은 수사기관을 정부가 '통제'한다는데 방점을 둔 것이 아닌 잘못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제대로 된 '운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였다고 해석했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검찰개혁과 관련한 양축으로 과감함이나 속도감보다는, 신중함과 안정감을 보이는 정 장관과 봉욱 민정수석비서관을 인사한 것도 이 같은 개혁의 흐름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대통령실은 중수청을 어디에 설치할지를 두고 논란이 제기된 것이 이 같은 개혁 흐름을 방해하고 있으며, 나아가 불필요한 잡음으로 인해 자칫 여론이 돌아설 것까지 우려하고 있다.

이런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에도 나서고 있다. 우상호 정무수석비서관은 "이에 따르는 기관들을 어디에 두느냐는 사소한 문제로 보인다"며 "법무부 밑에 두나 행안부 밑에 두나 그게 무슨 큰 차이인가"라고 말했다.

'검찰 해체'에 무게 둔 與…"과도한 목소리 아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 민형배 위원장이 지난달 6일 오후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 출범식 및 1차 회의' 에 발언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그럼에도 여당내에서는 토론 여부와 무관하게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둬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검찰개혁의 핵심이 운영의 묘가 아닌, 그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검찰청 해체'에 있기 때문에 검찰청 분리로 인해 생겨나는 기관들을 다시 법무부에 귀속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소를 담당하는 공소청이 법무부에 남아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법무부에 둔다면 검찰청을 2개로 나눴을 뿐 함께 운용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7월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개혁토론회에 참석한 왼쪽부터 장경태, 민형배, 김용민 의원 윤창원 기자

민주당에서 "검찰이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인식하고 개혁을 한다면 적어도 같은 조직에 수사·기소권을 두지 않는 것이 핵심"(김용민 의원),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민형배 의원) 등 정부를 직격하는 발언이 나온 것도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반감의 발로다.

박지원 의원은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산하에 두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안다"고 발언하며 여당에 힘을 싣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민주당에 계셨던 시절부터 논의가 됐던 내용들"이라며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렸던 검찰개혁안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시가 됐고, 지금은 논의가 어느 때보다 무르익은 만큼 당내의 목소리가 불합리하다거나 과도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빠른 논의 기대하는 대통령실…"잡음 줄여야 효율 높아져"

임은정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 등 참석자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개혁 긴급 공청회 '검찰개혁의 쟁점은 무엇인가?'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 대통령의 기조와 결이 다른 여당내 흐름에 대통령실은 관련 논의가 빠르게 이뤄져 합의점이 도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 관련 토론회 주재 발언에 대해 이날 "직접 주재하겠다고 하는 계획의 발표가 아니었음을 말씀드린다. '주재할 수도 있다'라는 것이지 '주재하겠다'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토론회를 직접 이끌겠다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아니었다고 발언했지만, 자신의 실무영역이 아닌 일에 대통령이 그와 같은 발언에 나선 것 자체가 일종의 답답함의 토로라는 해석은 정치권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데드라인이 이미 제시됐기 때문에 그 안에 어떻게든 빠르게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검찰개혁은 하는 것 자체도 의미가 크지만, 효율성까지 고려한다면 후폭풍 최소화를 위해 잡음 또한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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