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국민의힘이 대여투쟁을 강화한다며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에 나경원 의원을 내정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반발로 표결조차 못했다.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다. 그러는 사이 민주당 주도의 검찰청 폐지 입법을 위한 절차는 속전속결 처리됐다.
"나경원 법사위 간사 안 된다"는 민주당
국회 법사위는 2일 전체회의를 열었다. 이날 전체회의는 유독 큰 관심을 받았다. 6선 법사위원장 추미애 의원과 5선 나경원 의원의 '만남' 때문이었다.
국민의힘은 이번 정기국회를 "이재명 정부와의 전쟁터"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에 맞설 '나경원 간사 카드'를 꺼냈다.
민주당은 곧장 막아섰다. 지난 2019년 패스트트랙 사건으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는 나 의원이 사법부를 피감기관으로 두는 법사위 간사를 맡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추미애·나경원 두 중진 의원의 만남도 이례적이다. 자당이 내정한 간사의 선출까지 막히는 보기 드문 상황이 발생하자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야당 간사를 선임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민주당은 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새로 온 의원님(나경원)이 과연 법사위에서 활동하는 게 적절한 것인지, 이해충돌은 없는지 저희 내부에서도 강하게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재고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나경원 간사 선출을 막은 민주당은 검찰개혁 입법을 위한 절차인 공청회 계획서도 채택 처리했다. 공청회는 4일 열린다.
할 수 있는 게 없는 野…"정말 보이콧 밖에 없나"
나경원 간사 선출이 막힌 이날 국민의힘은 종일 어수선했다. 특검이 다시 들이닥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내란을 수사하는 '내란 특검'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 조지연 의원, 당직자 등을 압수수색했다.
대여투쟁 수위를 높이자는 목소리가 힘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국민의힘 상황이다. 하지만 간사 선출조차 막히고, 법안 처리는 전혀 막을 수 없는 현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여투쟁 방식이 과연 존재는 하는 것이냐'는 물음이 당을 가득 채운 상황이다.
그러면서 이따금 나오는 '보이콧'까지 다시 언급되기 시작했다. 한 중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례가 없는 짓거리"라고 분노부터 드러냈다. 해당 의원은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이렇게 하는 것은 협치는 물론 국회를 포기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상임위를 다 할 필요가 없다. 의미가 없다"고 보이콧에 힘을 실었다.
보이콧은 이미 해봤고, 실패하지 않았느냐는 반박도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보이콧은 멀리 안 가도 당장 지난해에도 했었다. 한 달도 안 했고, 효과가 없어서 다시 들어갔다"며 "결국 계속 국회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국민 여론을 얻는 방식으로 국회라는 장을 활용해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표결 등 국회 절차에선 사실상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게 없기에 여론전 뿐이라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선 모양이다. 하지만 '통일교 유착 의혹' 등 날마다 자당 의원들에 대한 수사가 벌어지고 있어서 국민의힘 내부의 답답함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