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영화의 러닝타임은 영화관을 나선 후에도 이어집니다. 때로 영화는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비로소 시작합니다. '영화관'은 영화 속 여러 의미와 메시지를 톺아보고, 영화관을 나선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 주의
사랑하는 사람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갈망. 과연 '하나'라는 단어의 범위는 어디까지이며, 사랑이 낳은 욕망은 어디까지 서로에게 닿고자 하는 걸까. '투게더'는 플라톤이 제시했던 사랑에 관한 철학적 탐구와 질문에 대해 '바디 호러'라는 외피를 빌려 재해석한 '로맨스'로 답한다.
선댄스를 놀라게 하고, A24 못지않은 믿고 보는 배급사 네온이 선택한 '투게더'(감독 마이클 생크스)는 관계의 한계에 부딪힌 오래된 커플 팀(데이브 프랭코)과 밀리(알리슨 브리)가 새롭게 이사한 곳에서 서로의 몸이 점점 붙어버리는 기이한 현상을 겪는 바디 호러 로맨스다.
'투게더'는 '바디 호러 로맨스'라는 장르를 내세워 홍보하고 있지만, 미스터리하면서도 오컬트적인 호러 분위기도 상당하다. 두 사람이 시골로 이사를 가면서부터는 호러 영화에서 절대 내뱉어선 안 될 대사와 행동을 하며 이후 진행에 대한 암시 같은 떡밥들을 던져놓는다. 여기에 블릭 코미디적인 요소까지 포함됐는데,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관객들을 웃게 만든다.
영화에는 직접적으로 사랑에 관한 철학적 탐구라 할 수 있는 플라톤의 '향연'의 내용이 언급된다. '향연'에 따르면 원래 인간은 네 개의 팔과 네 개의 다리,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완전한 형태였으나 제우스가 그들의 힘을 두려워해 번개로 갈라놓았다고 한다.
제우스에 의해 갈라진 반쪽은 서로를 갈구하며 하나가 되길 원할 수밖에 없다. 본래 '둘'이 아니라 쪼개진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사랑하는 사람이 서로를 더 깊이 알고, 가까워지고 싶고, 하나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투게더'는 사랑으로 인해 발현되는 자연스러운 욕망을 신화적이고 오컬트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바디 호러로 시각화했다.
영화의 주인공들인 커플은 팀과 밀리 커플은 불안한 상태다. 시작부터 둘은 어딘가 어긋나 있고 의견 충돌하는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 큰일을 겪은 후 아직 힘들어하는 팀은 여전히 꿈에서 과거의 트라우마는 물론 여자 친구 밀리가 자신을 '실패자'라 부르는 악몽에 시달린다.
그럼에도 둘은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보여준다. 운전을 못 하는 팀, 요리를 못하는 밀리는 서로에게 상호 의존적인 관계다. '투게더'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 '상호 의존성'이다.
이러한 관계는 둘 사이를 더욱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두 사람을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건 동굴 속 미스터리한 샘물이지만, 사실 그것은 매개체일 뿐 감정적으로는 두 사람 사이의 상호 의존성이 놓여 있다. 두 사람 간 감정이 사랑인지, 익숙함인지, 의존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인지 관객마저 헷갈릴 정도다. 어쩌면 이 모든 게 '사랑'에서 갈라져 나온 감정인지 모른다.
커플 사이 일어나는 사랑과 불안, 욕망 등은 여타의 많은 로맨스물이나 일상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내용이다. 두 사람은 입으로는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서로가 사랑하고 있는지, 익숙함을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불안해한다. 이는 대부분 커플이 한 번쯤은 직면했을 질문이자 고민이자 불안이다.
그런 두 사람은 관계와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시골로 이사 간다. 그러나 이상한 문양이 새겨진 종들이 달려있는 숲 한가운데 동굴로 떨어지고, 그곳에서 샘물을 마신 뒤 물리적으로 '하나'가 되는 기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결국 관계에 대한 공포와 욕망이 물리적인 방식, 즉 장르로 치면 바디 호러적인 방식으로 연결된다. 자신에게 결핍된 것을 지닌 존재를 사랑하고, 그 사람과 하나가 되고자 하는 욕망이 본능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투게더'는 이러한 것을 굉장히 효과적이면서도 충격적으로 잘 표현했다.
영화에서 중요한 건 팀과 밀리가 하나의 존재로 합쳐지게 된 초자연적인 원인과 그 수수께끼를 푸는 게 아니다.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팀과 밀리가 왜 서로를 원하고, 어떻게 하나가 되어 가는지다.
연인들의 고민이 낳는 무서울 정도의 불안감, 사랑이 동반하는 엄청난 욕망을 바라보고 느끼는 것이다. 많은 공포 영화의 엔딩에서 바랄법한 해소되는 장면조차 나오지 않는다. 그저 영화는 결말에서 사실상 신화적 시대가 말하던 인간의 기원으로 돌아갈 뿐이다.
어떻게 보면 신화에서 등장한 인간의 기원보다 더 완전하면서도 더이상 쪼개질 수 없는 단위로 돌아간 모습이다. 그것이 팀과 밀리에게 최선의 엔딩이자 본의 아니게 반쪽으로 나뉘어 불안정한 상태에 있던 인간이 비로소 완전성을 갖게 된다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상호 의존적이었던 팀과 밀리는 하나의 존재가 되면서 '상호 보완적'인 형태로 나아갔다. 사랑과 익숙함, 의존은 어떻게 구분하고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기이하고 복합적으로 연결된 감정과 관계는 의존적이고 보완적이며 결국 한 몸이다. 그렇기에 팀과 밀리가 결국 하나의 몸을 공유하는 사이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영화는 비록 관객들에게는 찝찝함과 해소되지 못한 감정을 남길 수 있지만, 그렇게 영화는 관계와 사랑, 사랑과 함께 파생되는 감정들, 사랑이 낳은 욕망의 본질로 돌아가 곱씹고 질문하게끔 한다.
이 독특한 바디 호러를 가장한 로맨스를 완성한 건 실제 부부 배우인 데이브 프랭코와 알리슨 브리의 열연이 크게 작용했다. 두 사람은 위태로운 관계부터 사랑과 익숙함 사이 고민과 질문을 거쳐 세포 하나하나까지 물리적으로 하나가 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여기에 현실에서 실제 부부인 두 사람의 관계는 관객들에게 여러 의미의 재미를 제공했다.
'기생충' '티탄' '슬픔의 삼각형' '추락의 해부' '아노라' 등을 배급하며 A24를 위협하고 있는 대세 배급사 네온은 이번에 '투게더'를 선택하며 다시 한번 '믿고 보는 네온'의 이름값이 아깝지 않음을 보여줬다. 선댄스를 사로잡고 네온의 선택을 받은 마이클 생크스 감독이 다음에는 또 어떤 독특하고 기이한 경험을 선사할지 기대된다.
102분 상영, 9월 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