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내일 중국 천안문 광장에서는 과거 냉전시대에나 볼 수 있었던 광경이 연출됩니다. 서방에 반대하는 국가 정상들이 천안문 망루에 올라 중국 열병식을 참관하는데요.
특히 시진핑 주석 주위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서 북중러 3각 연대를 과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부에 나가 있는 김학일 기자 연결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늘 베이징에 도착했는데 하이라이트는 내일 열병식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중국이 이른바 전승절, 2차 세계대전 승리의 날을 축하하는 열병식을 개최합니다.
미국과 서방에 반대하는 25개국 정상이 내일 천안문 망루에 올라 열병식을 참관하게 됩니다.
대만 문제에다 관세문제까지 겹치면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최근 더욱 격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시진핑 주석이 25개 나라 정상들을 불러 모아 마치 좌장처럼 미국 패권에 반대하는 반미 연대를 과시하는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보라고 중국의 각종 첨단무기가 열병식에 동원되고 세 과시가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바로 그 자리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께 하는 것 아닙니까.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기자]
내일 천안문 망루에서는 시진핑 주석 주위로 김 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나란히 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 냉전시대 북중러 북방 3각 연대를 재연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80년대 말 사회주의권이 붕괴되고 탈냉전시대가 열리면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의 정상이 함께 모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3국 정상이 천안문 망루에서 함께 서는 것이니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이 다자외교무대에 서는 것은 지난 2012년 집권이후 처음입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아예 다자무대에 선적이 없습니다.
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참석은 하기 어려운 매우 파격적인 결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김 위원장이 하기 어려운 결정을 했다, 어떤 의도가 있습니까?
[기자]
김 위원장은 지난 2023년 말에 남북의 동족관계를 부인하는 적대적 2국가를 제기했습니다.
유엔의 대북제재는 계속되는데 미국과의 핵협상은 지난 2019년 하노이 노딜 이후 진전의 기미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러시아에 군대를 보내는 전략적 결정으로 북방 외교의 숨통을 텄고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가함으로써 과거 북중러 3각 연대의 틀을 다시 복원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러시아와의 밀착이 안보와 첨단무기 개발에는 도움이 되지만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한계를 인식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중러 연대를 복원하면 과거 냉전시대처럼은 아니라고 해도 핵을 보유한 상태에서 경제적으로도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는 겁니다.
김 위원장이 전승절 다자 외교무대에 선 것은 핵 보유를 바탕으로 한 적대적 2국가 기조를 외교적으로 실행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앵커]
김 기자,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 직전에 보인 행보도 핵보유국의 위상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보입니다.
[기자]
이윤상 앵커. 보통 여행을 떠날 때 당일 오전에 시간이 빈다고 해도 어디를 가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런데 김 위원장은 어제 오후 4시 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을 출발하기 전에 미사일 연구소를 방문했습니다.
여기서 가볍고 열에 강하다고 하는 탄소섬유를 활용한 고체연료 엔진 시험 결과를 점검했습니다.
그러면서 차세대 ICBM인 화성 20형 개발에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지난 해 10월 화성 19형 시험발사를 하면서 ICBM의 "최종완결판"이라고 했는데, 1년도 안 돼 화성 20형의 개발 계획을 공개한 겁니다.
그제는 자강도에 있는 미사일 생산기지를 방문했습니다.
여기서는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다양한 탄도미사일의 대량생산 능력을 과시했습니다.
북한은 통상 최고지도자의 공개 활동은 대부분 노동신문에 보도를 합니다. 그런데 이 두 행보는 노동신문에는 실지 않고 대외매체에만 공개했습니다.
중국 러시아 미국 한국 등 대외에 보라고 내는 메시지인 겁니다.
아시다시피 중국 러시아는 핵보유국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들 정상과 나란히 서는 것만으로도 핵보유국의 위상을 과시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김 기자.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의 진영을 강화한다면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은 어떻게 됩니까? 그 만큼 낮아지는 것으로 봐야할까요?
[기자]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과거 남북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조짐이 보이면 북중 정상이 전격적으로 만났습니다.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6월 판문점 북미정상회동 때를 보면 그 전후로 김 위원장이 4번 중국 방문을 했고 시 주석이 한번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지난 2012년 거의 같은 시기에 집권을 했지만 나이 차이도 있고 썩 좋은 관계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면 북중 정상이 만나야하는 지정학적 구조인겁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대화하는 북한을 어느 정도 사전에 관리할 필요가 있고 북한은 북미대화에 앞서 중국이라는 배경을 다질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전승절 방중도 그런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을 올해 안에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중국, 러시아와의 3각 연대를 강화하는 만큼 미국과의 대화 문제에 대응할 토대를 다지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기회가 오는 10월 경주 에이펙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시도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1월 중간선거 이후 레임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지금 시기를 놓치면 앞으로 미국과 대화할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그 밖에 전승절에서 봐야할 포인트 뭐가 있을까요?
[기자]
우리 우원식 국회의장이 전승절 열병식을 참가합니다.
우 의장이 과연 김 위원장과 조우를 할지, 조우를 한다면 우리의 대화 메시지가 김 위원장에게 전달될 수 있는지 관전 포인트입니다.
다만 국정원은 두 사람의 조우 가능성은 낮다고 봤습니다.
김 위원장의 딸 주애가 다자외교 무대에 등장하느냐도 관심입니다.
김주애가 이번 방문단에 포함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김주애가 다자외교무대에 선다면 후계자로서의 의미 있는 행보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금까지 통일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