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이 1930년대식 독재 정치로 빠져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두려워해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달리오는 인터뷰에서 "현재의 정치적·사회적 상황은 1930~40년대 세계에서 나타났던 현상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인텔 지분 취득 등 민간 부문에 대한 국가 개입을 두고 "금융과 경제를 통제하려는 강력한 독재적 리더십의 발현"이라고 비판했다.
달리오는 "나는 단지 현 상황을 주도하는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일 뿐"이라고 전제하면서 "이런 시기에는 보복을 우려해 대부분이 침묵한다"고 말했다. FT는 달리오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직접적으로 독재나 사회주의라고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정부가 중앙은행과 기업 활동을 점점 더 강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텔 지분 인수,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에 부과된 수수료 문제를 두고 달리오는 자신이 제시한 '빅 사이클(Big Cycle)' 개념을 언급하며 "갈등과 위험이 증대하는 시기에는 각국 지도자들이 시장과 경제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부의 격차와 가치관 격차 확대는 결국 우파와 좌파의 포퓰리즘을 자극하고, 민주적 절차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갈등으로 이어진다"며 "결국 국민 다수가 정부 지도자에게 시스템 통제를 요구하고, 민주주의는 약화되며 독재적 리더십이 강화된다"고 진단했다.
달리오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치적 압력에 흔들린 연준이 금리를 낮출 경우 "연준의 신뢰가 무너지고 달러 표시 자산의 매력도 떨어지며, 통화 질서 전반이 약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 대신 금으로 자금을 옮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시장이 미국의 재정 건전성을 의심하게 되면 연준이 냉혹한 선택을 해야 한다며 "금리 인상을 허용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위험을 감수하든지, 아니면 돈을 찍어 다른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국채를 사들이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경우 모두 달러 가치를 훼손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동시에, 리사 쿡 연준 이사를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이유로 해임했다. 이로 인해 연준 독립성 훼손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