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서희건설 이봉관 회장과 그의 맏사위인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휠체어를 타고 특검에 출석했는데, 실제 조사에서는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상진 특검보는 2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10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 소환해 조사중에 있다"며 "오후 2시에는 그 사위인 박성근 전 총리 비서실장을 소환하여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날 오전 휠체어를 탄 채로 종로구 광화문에 위치한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이 회장은 '김건희씨에게 6200만원 짜리 목걸이를 직접 준 건지', '목걸이 선물과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 인사 청탁 연관이 있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열지 않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 회장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조사를 받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사에서도 이 회장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피의사 신분인 이 회장은 김건희씨에게 6천만원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을 교부하고, 그 대가로 당시 박 변호사의 공직 임명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이 회장이 전달한 목걸이는 김건희씨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고, 박 변호사는 이후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특검은 이날 박 전 비서실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조사 내용과 추가 정황 등에 따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특검은 결국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이 회장이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와 귀걸이·브로치 등을 김씨에게 교부하고 인사청탁을 한 사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고, 서희건설이 김씨에게 제공했다가 돌려받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진품도 임의제출 형식으로 압수한 바 있다.
특검은 또 이날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관련 강제수사도 진행 중이다. 특검은 당시 국토부 도로정책과장을 맡았던 서기관 김모씨의 주택과 주거지, 원주지방국토관리청과 관사 등 5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특검은 지난달 14일에도 김씨의 자택과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수사팀은 김씨의 혐의를 다르게 적용해 추가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원희룡 국토부 장관 재임 시절 국토부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며 종점 노선을 김씨 일가가 소유한 땅 일대로 바꿔 특혜를 줬다는 것이 골자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만인 2022년 5월 종점이 기존 양평균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바뀌었는데 강상면은 김씨 일가가 소유한 28필지(2만 2663㎡)가 있는 지역이다.
이 노선 변경안은 2022년 3월 국토부가 타당성 검토를 용역 맡긴 직후 두 달 만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 용역을 수행한 경동엔지니어링과 동해종합기술공사는 기존 종점 대신 강상면을 대안으로 제시했고, 이후 2023년 5월 강상면 종점안이 확정됐다. 논란이 제기되자 원희룡 당시 국토부 장관은 용역 결과를 근거로 정당성을 주장했다.
특검은 이날 압수수색에서 확보한 증거 자료들을 토대로 김씨가 양평고속도로 사업 등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여했는지와 윗선 개입 여부 등을 들여다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