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싸움 번지는 검찰개혁…李대통령 '숙의 요구' 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검찰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검찰개혁 세부안을 두고 정치권 갈등이 격화되자 대통령실이 '충분한 논의'를 거듭 강조하며 자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의 개혁 의지는 확고하지만, 국정 책임자로서 제도 변화가 불러올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李 "검찰개혁, 보여주기식 안돼"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검찰개혁은 보여주기식이면 안 된다"며 "세부안은 합리적 토론을 거쳐 이견을 좁혀가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권력 집중으로 인한 권한 남용 방지, 수사권의 원활한 운용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며 단편적 논의에 선을 그었다.
 
대통령이 직접 검찰개혁 관련 토론을 주재할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5일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공청회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공개토론 준비 등으로 논의가 진전되면서 실제 주재 가능성은 낮아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움직임이 전혀 없을 경우 '직접 나서겠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토론 중시하는 李대통령 스타일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 시절에도 주요 현안을 둘러싸고 장시간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내리는 방식을 선호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 추진,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반도체특별법 '주 52시간제 예외' 조항 미포함 결정 등이 대표적이다. 

표 계산이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찬반이 뚜렷한 사안에서 토론을 통해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긍정적 분석도 있다.
 
대통령 취임 후에도 이러한 '숙의' 기조는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사법·언론 개혁 법안에 대해 "전문가와 이해당사자 의견을 듣고 충분한 숙의를 거쳐야 한다"며 처리 연기 뜻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번 검찰개혁은 강성 지지층 요구만 좇을 경우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우려가 있어 대통령도 보다 많은 공론화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졸속개편 안돼"…결국 책임은 정부가

황진환 기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형사사법 체계 개편은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졸속으로 추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집행 과정에서 혼선이나 부작용이 생기면 결국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검찰 수사·기소 분리는 확실한데 '시간이 걸린다는 핑계로 개혁을 안 하려고 한다'는 의심에 대해선 대통령이 안타까워 한다"고 전했다.
 
우상호 정무수석도 지난달 30일 전국 9개 민영방송사 대담에서 "기관을 분리한 후 수사·기소 과정에서 피해자가 발생하면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원망이 생길 수 있다"며 "그 점을 최소화하는 게 대통령의 목표"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우선 이달 말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해 개혁의 첫 단추를 끼운 뒤, 시행 유예 기간 동안 세부 이견을 조율한다는 방침이다.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기소 전담 조직의 보완수사권 유지 등 핵심 쟁점과 기관 신설에 따른 후속 조치가 앞으로 논의될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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