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일본·미국과의 연이은 정상회담을 마무리하면서 9월부터는 국내 현안 대응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경제와 민생회복의 기치를 내건 가운데, 검찰개혁과 야당과의 소통에도 속도를 내고 있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남았다는 평가다.
'토론' '토론' '토론'…경제·민생 행보 박차 가하는 李대통령
대통령실 이규연 홍보소통수석비서관은 지난달 31일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당분간 국민들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8월 한 달간 미국·일본과의 정상회담 성사와 세부일정, 의제 등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국내 현안에 본격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이번 주 연이어 정책 토론에 나선다. 2일에는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국무회의 자리를 '국가 성장전략' 토론의 장으로 만들 계획이다.
4일에는 매주 열리는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 회의 또한 'K-제조업 대전환' 방안을 논하는 자리로 바꿀 예정이다. 위기에 처한 제조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바이오산업과 관련한 'K-바이오 혁신 간담회'도 연다. 주요 미래 먹거리인 만큼 그간의 성장동력이었던 반도체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것이다.
당정간 관심사인 검찰개혁…기류 차 있지만 봉합 노력도
경제·민생분야와 함께 주목 받고 있는 것은 검찰개혁이다. 정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혁의 속도와 방식을 두고 미묘한 기류 차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정성호 법무장관의 "민주적 통제에서 벗어난 국가기관, 수사기관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발언에 대해, 민주당 검찰정상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이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 같다"고 말하는 등 이견이 수면 위로까지 드러난 상황이다.
이후 민주당 연찬회에서 정 장관이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가지고 있다"며 수위를 낮췄고, 이 대통령도 국회가 개혁과제를 잘 추진해주실 것이라는 메시지를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을 통해 공개하며 진화가 이뤄지는 듯한 분위기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에서는 여당 내의 목소리가 다소 과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의중은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 후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 이른바 제도 변화에 따른 '경착륙'을 최소화하자는 것인데, 이를 속도 낮추기나 검찰개혁에 대한 이견으로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큰 원칙에서 방향만 다르지 않으면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숙의 과정을 거치자는 것이고, 당에서야 당연히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불협화음이라고 까지 할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법무장관을 향한 비판에 대해서는 "소음이 심하다"고 비판적인 시각을 보였다.
다른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 관련 토론회를 직접 주재하겠다고 한 것도 여당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 아니겠냐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검찰개혁에 대한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입장과 방침에 당정대간 이견이 없다"며 "이 대통령께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자는 말씀은 백번 천번 옳다"는 말로 이같은 분석에 선을 그었다.
이어 "진리는 비판받지 않는 영역이지만 정책은 찬반이 있는 영역이니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심정으로 신중하게 점검하고 있는 중"이라며 적극 진화에 나섰다. 놈란이 다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1대1" vs "여야 같이"…야당 대표와의 대화 성사될까
또 하나의 관심사는 대통령과 야당 대표간 대화의 성사 여부다.국민의힘의 신임 대표로 선출된 장동혁 대표에게 이 대통령이 회동을 제안하면서 소통과 협치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장 대표의 '단독 회동' 요청으로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아있어서다.
장 대표의 제안은 제1 야당의 대표로서 여당 대표와 이 대통령을 함께 만나게 될 경우 그저 '이재명표 통합행보'의 엑스트라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일대일 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자신을 이른바 '영수회담급' 인사로 격상시키려는 복안으로 읽힌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격이 맞지 않는다"며 단호한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영수회담이라는 용어가 구시대적인 표현이라고 했던 대통령실의 입장에 이미 의미가 다 함축돼 있다"며 "야당 대표와 단독으로 만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특검(특별검사)의 국민의힘 당사 압수수색 실현 여부도 변수로 남아 있다. 대통령실과 야당 지도부간 이견 차가 있는 상황에서 무산됐던 압수수색이 재개돼 현실화로 이어질 경우 정국이 급랭되며 대화 성사에 대한 논의가 중단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