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령의 택시 ·화물차 운전사들에게 이른바 '급발진' 오해 사고를 막기 위한 사고 방지 장치를 보급 지원한다.
치매환자들의 재산을 안전하게 관리해 노후를 지켜주고, 인구감소지역의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식비를 지원하는 등, 내년 예산안에 각종 '이색사업'들이 반영됐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6년도 예산안에서 고령 운전자들이 페달을 잘못 눌러 일으킨 사고를 막기 위해 '페달오조작방지 보조장치' 보급 사업에 5억 원을 편성했다.
택시와 1.4톤 이하 소형 화물차를 운전하는 65세 이상 운전자들이 이 장치를 설치하면 대당 약 44만원인 설피비용의 최대 80%(법인시 50%)를 지원할 계획이다.
설치된 장치는 운전자의 오조작 여부를 감지하고, 흔히 '급발진'으로 오해하는 사고가 일어나는 등 필요한 경우 출력 제어 및 자동 제어해 사고를 막아준다.
보이스피싱 범죄와 구분할 수 있게 통신사가 '진짜' 수사기관이 전화를 걸면 받는 이에게 인증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도입된다.
정부가 8억 6천만 원을 편성한 수사기관 발신 정보 알림 시스템은 수사관이 사용하는 업무전화로 전화가 오면, 통신사(KT)의 인증 발신 정보가 화면에 표시해준다.
경찰 등 관공서를 사칭하는 피싱범죄로 피해가 증가할 뿐 아니라, 정작 실제 수사관이 사건관계인에 전화하는 경우에도 피싱 의심으로 연락을 받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에 따라 수사관 등이 전화를 하면 '△△경찰서'라는 발신정보나 경찰 상징 그림이 받는 사람의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나게 된다.
홍수 등으로 침수 피해가 발생할 때 수해를 피하려다 맨홀에 빠져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맨홀 추락 사고 예방 사업도 이번 예산에 1천억여 원 편성됐다.
집중호우로 하수가 역류하면 맨홀 뚜껑이 밀려나기 쉽지만, '물바다'가 된 상태에는 맨홀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추락 사고가 잦다. 이를 해결하려 정부는 전국 침수우려지역 20만 7천 곳의 맨홀에 추락을 막아주는 철제 안전망을 새로 설치할 계획이다.
취약계층이 살고 있는 노후 아파트에 화재감지기를 설치하는 사업에도 72억 원의 예산이 새로 편성됐다.
2005년 이전에 설치된 아파트는 소방법령 기준이 강화되기 전에 설계·시공돼 화재에 취약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13세 미만 아동,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등이 거주하고 있는 노후 아파트에 자체 경보기능을 갖춘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설치해주기로 했다.
경제적 어려움이나 가정 폭력 등으로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 최소한의 먹거리, 생필품을 제공하는 '먹거리 기본보장 코너'도 마련됐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 누구나 전국 130개 푸드마켓에서 마련된 기본보장 코너에 방문하면 먹거리·생필품을 현장에서 바로 제공받을 수 있다. 제공되는 물품은 2~3만 원 한도 안에서 식품키트, 쌀, 마스크, 라면, 통조림, 우유, 휴지, 비누, 목욕용품 등이 제공될 예정이다.
더 나아가 2회 이상 같은 사람이 기본보장 코너에 방문한다면, 사회복지 상담을 받은 후 방문자가 지원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복지서비스와 연계해줘서 복지 사각지대를 밝히는 역할도 맡게 된다.
한밤중 급히 아이를 맡길 일이 생긴다면 지역아동센터에 문의해도 좋겠다. 정부는 최대 오후 10시까지 아동을 돌보는 지역아동센터를 기존 전국 160개소에서 300개소로 확대할 뿐 아니라, 자정까지 운영시간을 연장한 센터를 50개소 신설하기로 했다.
특히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6시까지의 야간시간에 긴급히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는 아이돌봄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한다.
중위소득 75% 이하 가구가 야간시간에 긴급돌봄서비스 이용할 경우, 본인부담금 중 야간 할증요금은 전액 지원해 부담을 덜어준다. 또 야간시간 긴급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돌보미에게도 '야간긴급 돌봄수당'을 추가로 지급할 방침이다.
노동자가 없는 1인 중증장애인기업의 운영을 돕기 위한 업무지원인 서비스도 새로 제공된다.
예를 들어 시각장애인이 홀로 안마원을 운영할 경우, 안마서비스는 제공할 수 있지만 매장을 운영하기 위한 전산 처리나 홍보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때 업무지원인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1인 중증장애인기업 115곳 가량에 △고객응대, 행정보조 등 업무보조형 △수어통역, 점역교정 등 의사소통형 △법률·회계 자문, 시장분석 등 경영지도형 업무지원인을 제공할 계획이다.
인구감소지역에 있는 중소기업 노동자들이 아침·점심 걱정 없이 근무하도록 '든든한 한끼'도 지원한다. 해당 지역 노동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해 정착하도록 돕고, 지역경제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 선택에 따라 쌀로 만든 아침을 1천 원에 제공하는 '천원의 아침밥'과, 점심 외식비를 할인해주는 '든든한 점심밥' 사업에 79억 원이 편성됐다.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는 백반, 덮밥, 쌀국수 등 쌀을 활용한 일반식이나, 김밥, 쌀빵을 활용한 샌드위치 등 간편식이 제공된다.
'든든한 점심밥'을 선택한 경우, 노동자들이 일하는 지역의 제휴식당에서 점심시간(오전 11시~오후 3시)에 결제한 금액을 월 최대 4만 원 한도 안에서 20% 할인하는 방식이다.
또 내년부터 전국 초등 늘봄학교 맞춤형교실에 참여하는 초등 1~2학년 학생에게 주1회씩 국산 제철 과일 간식도 제공하도록 169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성장기 아이들이 바른 식습관을 갖고, 국내 재배농가 소득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사 결정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치매환자들이 경제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치매안심재산관리지원서비스'도 시범 도입된다.
치매환자들을 상대로 재산을 갈취하는 등 각종 범죄가 일어나거나, 반대로 환자들이 갖고 있는 재산을 적절히 사용하지 못해 궁핍한 노후를 보내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이다.
치매환자 본인·후견인의 의사에 따라 신탁계약을 체결하면, 국민연금공단 등 공공기관이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거나 의료비를 내는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재산관리를 대신 맡는다. 이 과정에서 치매환자 등이 서비스를 신청하기 어려울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사회복지사가 재정지원계획 상담부터 적합성 검토, 계약체결 등 절차 전반을 지원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