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이 자연재난으로는 처음으로 재난사태가 선포되자 지역사회가 환영의 뜻을 보이는 한편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0일 극한 가뭄으로 제한급수에 돌입하는 등 생활용수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강릉을 직접 방문해 피해 상황을 점검한 뒤 재난선포를 지시했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같은 날 오후 7시를 기해 강릉 일원에 재난사태를 선포했다. 불·기름 유출 등 사회재난이 아닌 자연재난으로는 전국 첫 사례다.
재난사태는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피해 최소화를 위해 선포하는 긴급조치로, 선포 시 인력·장비·물자 동원, 응급 지원, 공무원 비상소집 등 조치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진다. 이에 따라 우선 소방탱크 차량 50대를 지원해 하루 약 2천톤을 추가 급수할 예정이다.
가뭄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 지는 상황에서 재난사태가 선포되자 지역사회는 환영의 뜻을 비치는 한편 가뭄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홍규 강릉시장은 "역대급 가뭄에 사상 처음으로 제한급수를 시행해 시민들이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는 상황에서 신속히 재난사태를 선포해 주신 데 대해 저를 비롯한 강릉시민 모두가 깊이 감사드린다"며 "범정부 차원의 가뭄 대응이 본격화된 만큼 하루빨리 시민 불편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앞서 재난사태 선포를 건의했던 김진태 강원지사도 "대통령이 직접 강릉 오봉저수지 현장을 와서 살펴보신 뒤 신속하게 재난사태 선포해 주신 점에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상무 강릉시소상공인연합회장은 "극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요식업을 포함한 지역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재난사태 선포로 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게 된 만큼 무엇보다 가뭄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중장기 대책을 마련해 이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려운 시기에 강릉시민 모두가 힘을 모아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주민들은 "어려운 상황에 재난사태로 선포된 것은 불행 중 다행으로 당장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큰 걱정을 한시름 놓은 느낌이다. 지자체에서 진작 대비를 했으면 이런 사태까지 오지 않았을텐데…"라며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당장 단수라는 최악의 순간이 오기 전에 가뭄을 해갈할 수 있는 단비가 내리길 간절히 바란다"는 등의 입장을 전했다.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강릉시의 주요 상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지난 30일 기준 15.3%로 전날 15.7% 보다 0.4%p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또 다시 갈아치웠다.
지난 1977년 저수지 조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강릉의 가뭄 단계는 지난 21일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최근 6개월(2.27~8.26) 동안 강릉지역에 내린 비는 387.7mm로 평년 827.3mm의 46.9% 수준에 그치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부터 수도 계량기 50%를 잠그는 제한급수에 들어간 강릉시는 당초 저수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지면 수도 계량기를 75%까지 잠그는 강력한 조치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우선 자율 시행에 맡기면서 추이를 살핀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시는 지난 27일부터는 소방차 등 공공차량 31대를 투입해 연곡정수장에서 홍제정수장으로 하루 798톤의 물을 공급하는 운반급수를 시작했다. 또 남대천 용수개발 사업을 통해 상수원 하류 구산농보에 저장한 물을 2㎞ 떨어진 오봉저수지까지 끌어올리는 통수 작업을 통해 하루 1만 톤의 물을 저수지로 보내는 등 생활용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가뭄을 해갈할 수 있는 이렇다 할 비 소식이 없어 최악의 경우 '단수'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주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릉시는 오는 9월 1일 가뭄 대응 비상대책 2차 기자회견을 열고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 격상에 따른 가뭄 대응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