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 모자 목숨 앗아간 배터리 화재 "충전·보관 주의해야"

지난달 13일 모자 숨진 부산 북구 아파트 화재
전기스쿠터 배터리, 발화점으로 지목돼
최근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잇따라
더위, 습기 취약…"충전뿐 아니라 보관도 주의"

지난달 13일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80대 어머니와 50대 아들 모자가 숨졌다. 정혜린 기자

모자의 목숨을 앗아간 부산 북구 아파트 화재의 원인이 전기스쿠터 배터리로 드러난 가운데, 최근 전국적으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진화가 어려운 리튬이온 배터리의 특성상 큰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며, 가능한 실외에서 충전하고 더위와 습기를 피해 보관하는 등 화재 예방에 각별히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정 결과 등을 바탕으로 지난달 발생한 북구 아파트 화재가 전기스쿠터 배터리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전기스쿠터 배터리는 화재 1~2시간 전 충전을 완료한 뒤 전원을 뽑아둔 상태였다.

지난달 13일 부산 북구 만덕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80대 어머니와 50대 큰 아들이 숨지고, 50대 작은 아들이 중상을 입는 참변이 발생했다.
 
현관 앞에 있는 작은 방에 보관 중이었던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돼 크게 번지면서, 가족들이 밖으로 대피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상황을 목격한 아파트 주민들은 '펑'하는 폭발음을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기스쿠터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재충전이 가능한 이차 전지로, 노트북과 전동킥보드, 전기차 등 일상생활 속 전자기기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사용이 늘어나면서 최근 전국적으로 공동주택 등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로 인한 화재도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일 부산 사상구의 한 아파트에서 충전 중인 대용량 보조배터리에 불이 나 소방서 추산 500만 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앞서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에서는 한 아파트에서 전동스쿠터 배터리 열폭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60대 어머니와 20대 아들이 숨지고 모두 16명이 다치는 큰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지난 19일에는 경기도 동두천시 아파트에서 캠핑용 배터리를 충전하던 중 열폭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연기를 흡입하는 피해도 있었다.

지난 20일 보조배터리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 부산 사상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에 탄 배터리 잔해물이 발견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 제공
 
전문가에 따르면 배터리 화재의 대다수는 충전 중 열폭주 현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가 급속도로 증가해 배터리가 폭발할 수 있고, 과충전을 할 경우 화재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러나 이번 북구 아파트 화재의 경우처럼 충전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도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여름철 보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제품에 미세하게 손상이 있는 상태로 충전을 해 합선이 됐다거나, 제품 자체가 불량이었을 가능성도 있다"며 "온도가 높고 통풍이 안 되는 곳에 보관할 경우 충전 중이지 않더라도 열이 축적돼 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직사광선과 습기를 피하고 서늘한 곳에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더위와 습기에 취약한 만큼 덥고 습한 여름철에는 화재 위험성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주위 온도가 높을 경우 배터리에 열이 축적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는 누전이 발생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소방 당국은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의 경우 진화가 어려워 인명 피해 등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큰 만큼, 평소 예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는 일반적인 화재와 달리 1천℃ 이상의 고온 화염과 유독가스를 동반해 일반 소화기로 진화가 어렵고 대피 골든타임을 놓칠 위험도 있다"며 "특히 현관문이나 비상구 주변 등 화재 발생 시 대피로를 막을 수 있는 곳에서는 충전이나 보관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역시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인체에 매우 유독한 가스가 나오기 때문에 실내에서 인명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전기스쿠터 등은 실내보다 건물 밖에서 충전할 수 있는 시설 마련이 필요하다. 또 KC인증 마크가 있는 제품과 제조사에서 공급한 전용 충전기를 사용하고, 80~90%만 충전하고 전원을 뽑아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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