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극심한 가뭄으로 강원 강릉시의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15%대까지 급감하는 등 물 부족이 심화되면서 강릉시가 물을 많이 쓰는 대형 숙박업소 등을 대상으로 '물 절약 동참'을 거듭 당부하고 나섰다.
강릉시는 29일 시청 8층 시민사랑방에 대형 숙박시설 대상 '가뭄 극복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형 숙박시설 대표 및 관리자들을 초청해 지속되는 가뭄 상황에 대한 대형 숙박시설의 입장을 듣고, 자발적인 절수 동참과 협력방안을 모색했다.
특히 대형 숙박업소는 객실 이용객의 생활용수 외에도 수영장, 스파 등 부대시설 운영으로 상수도 사용량이 많은 시설이다. 앞서 시는 숙박업소에 수영장 및 스파 운영 중단에 대한 협조 공문을 발송했지만, 현장 확인 결과 다수 업소가 여전히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맘카페 등을 비롯한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시민들만 동참하면 뭐하냐. 대형 숙박업소와 수영장 등에서도 물 절약에 동참하도록 해야한다"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시민들만 봉입니까? 대형리조트 물 절약에 강제 동참하도록 해달라", "단수 때문에 타지역으로 출산하러 가요. 생활용수 확보에 힘써달라"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까지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일부 대형 호텔과 리조트 등에서 인피니티 수영장 운영 중단과 사우나 운영 시간 단축 등을 공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성수기 장사 다 하고 나서 이제 와서?", "너무나 심각한 상황에서도 (대형) 숙박업소들은 딴세상이었는데…", "뒤늦게 영업 이미지를 고려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 등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대형 숙박업소들이 모범적인 물 절약 문화를 선도해 방문객과 시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관광환경을 조성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이와 함께 급수 제한 상황 대응 방안과 비상급수 대책 등을 공유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대형리조트의 절수 미동참 보도가 나오면서 관광도시 이미지에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적극적인 절수 동참을 다시 한번 당부했다"고 말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5.7%로 전날 15.9% 보다 0.2%p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또 다시 갈아치웠다. 지난 1977년 저수지 조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강릉의 가뭄 단계는 지난 21일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최근 6개월(2.27~8.26) 동안 강릉지역에 내린 비는 387.7mm로 평년 827.3mm의 46.9%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에 시는 지난 20일부터 수도 계량기의 50%를 잠금하는 제한급수를 시행하고 있다. 이어 저수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지면 더욱 강력한 조치로 세대별 계량기를 75%까지 잠그고 농업용수도 추가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당분간 가뭄을 해갈할 수 있는 이렇다 할 비 소식이 없어 2단계 조치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다.
강릉시 관계자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생활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시민 모두의 힘을 모아 가뭄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