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 가뭄'에 강릉 식당들 임시휴무까지…"대형 숙박업소 강제 동참" 1인 시위도

극한 가뭄으로 바닥까지 드러난 강릉 오봉저수지. 전영래 기자

강원 강릉지역에 '극한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물 절약을 위해 일부 식당에서는 임시휴업에 들어가고, 지역 맘카페에서는 생활용수 확보에 힘써달라며 1인 시위까지 나서는 등 주민들의 불편과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강릉지역의 한 맘카페에는 '물 절약을 위해 단축 운영합니다'라는 제목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강릉지역 가뭄으로 물 적약을 동참을 위해 당분간(8월 27일~9월 6일까지) 점심 영업만 진행한다"고 공지하며 "강릉시민으로 아무것도 안하고 있자니 마음이 불편해서 잠시나마 저녁은 중단하려고 한다. 일주일 내내 고민하다 결정하고 나니 오히려 후련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용의 글이 올라오자 카페 회원들은 "생업을 희생하는 게 쉽지 않은데 정말 대단하고 감사하다. 시민 응원에 대박 날 거다"라는 응원의 댓글이 이어졌고, 글쓴이는 "칭찬받을 만한 일은 아닌데 좋게 봐주시니 잘했다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경포의 한 음식점도 절수 차원에서 일주일 동안 임시휴무를 결정하고, 일부 식당들은 정수기 대신 생수를 이용하거나 설거지량을 줄이기위해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등 물 절약에 자발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강릉 지역에 극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한 음식점이 물 절약 실천에 동참하고자 임시휴무에 들어갔다. 전영래 기자

이런 가운데 물 사용량이 많은 곳으로 알려진 호텔과 펜션, 리조트 등 대규모 숙박업소 등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맘카페 등을 비롯한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시민들만 동참하면 뭐하냐. 대형 숙박업소와 수영장 등에서도 물 절약에 동참하도록 해야한다"는 불만 섞인 글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시민들만 봉입니까? 대형리조트 물 절약에 강제 동참하도록 해달라", "단수 때문에 타지역으로 출산하러 가요. 생활용수 확보에 힘써달라"라는 피켓을 들고 1인 시위까지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1인 시위에 나선 한 시민. 독자 제공

강릉의 한 대형호텔이 최근 물 부족 사태 극복을 위해 일부 인피니티 수영장을 이달 말까지 운영하고 중단하고, 인피니티풀 운영시간 1시간 단축, 사우나 주 1회 휴장 및 운영시간 1시간 단축 운영, 체온 유지탕 운영 중지 등을 공지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대형리조트도 사우나 냉·온탕 한시적 미운용 등을 최근 공지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성수기 장사 다 하고 나서 이제 와서?", "너무나 심각한 상황에서도 (대형) 숙박업소들은 딴세상이었는데…", "뒤늦게 영업 이미지를 고려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 등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9일 오전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5.7%로 전날 15.9% 보다 0.2%p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또 다시 갈아치웠다. 지난 1977년 저수지 조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강릉의 가뭄 단계는 지난 21일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최근 6개월(2.27~8.26) 동안 강릉지역에 내린 비는 387.7mm로 평년 827.3mm의 46.9%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강릉지역의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로 물을 공급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에 시는 지난 20일부터 수도 계량기의 50%를 잠금하는 제한급수를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 저수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지면 더욱 강력한 조치로 세대별 계량기를 75%까지 잠그고 농업용수도 추가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선제적으로 계량기를 75%까지 잠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27일부터 소방차 등 공공차량 31대를 투입해 연곡정수장에서 홍제정수장으로 하루 798톤의 물을 공급하는 운반급수를 시작했다. 앞으로 민간 36대를 추가로 투입해 총 67대의 급수차량이 하루 약 4200톤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난 28일부터는 남대천 용수개발 사업을 통해 상수원 하류 구산농보에 저장한 물을 2㎞ 떨어진 오봉저수지까지 끌어올리는 통수 작업을 통해 하루 1만 톤의 물을 저수지로 보내는 등 생활용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당분간 가뭄을 해갈할 수 있는 이렇다 할 비 소식마저 들리지 않자 '단수'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강릉시 관계자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생활용수 공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시민 모두의 힘을 모아 가뭄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릉시는 지난 27일부터 연곡정수장에서 물을 담은 뒤 홍제정수장을 채우는 운반급수에 돌입했다. 강릉소방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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