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별검사팀(민중기 특별검사)이 29일 김건희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김건희씨까지 기소되면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법정에 서게 된 것은 헌정사 초유의 일이다.
김건희 특검은 "이날 오전 김씨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공천 개입 의혹 △건진법사 전성배씨-통일교 청탁 의혹과 관련된 혐의다.
김씨는 2010년 10월~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참여해 총 8억1천여만원의 부당 이득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김씨가 시세조종에 이용된 계좌를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얻은 수익을 주가조작 세력과 배분한 정황도 포착했다. 특히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측에 40% 수익을 약정한 점과 실제 수익의 40%를 수표로 인출한 사실을 확인했다.
김씨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아 수억원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명씨가 무상으로 제공한 50여개의 여론조사 관련 비용은 2억7천여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공천을 주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특검이 적용한 혐의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 관련해서 김씨 의혹의 핵심 인물인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로부터 건진법사 전씨를 통해 명품 가방과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을 수수받은 혐의를 받는다. 윤씨는 건진법사 전씨에게 4월과 7월 김씨 선물용으로 샤넬 가방 2개를 전달했으며, 7월 말에는 그라프 목걸이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샤넬 가방은 물론 천수삼 농축차 등도 받은 적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구속 이후 조사에서는 해당 의혹에 대해 대부분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김씨는 지난 12일 구속된 이후로 다섯 차례 특검이 소환돼 피의자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그간 건강을 이유로 특검 조사에 제때 응하지 않았고, 잇따라 진술거부권을 행사했다.
특검은 오는 31일까지였던 구속 기한을 모두 채우지 않고 김씨를 기소했다. 특검은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판단해 김건희씨의 구속 기간을 늘렸으나, 이후에도 김씨는 진술을 거부했다.
특검은 우선 현재까지 확인된 혐의로 김씨를 기소하고, 이후 추가 수사를 통해 남은 의혹들을 파헤친다는 방침이다. 전날 특검은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이 김씨 측에 금거북이를 전달한 정황을 포착하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또 삼부토건 주가조작, 코바나컨텐츠 협찬,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특혜, 공흥지구 개발 인허가 등 의혹에서 김씨의 연루 여부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김씨는 기소와 함께 피의자에서 피고인 신분으로 전환돼,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채 형사재판과 특검 조사를 동시에 받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