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6개월째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 주도의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맹폭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서방 지도자들은 러시아가 평화 노력을 조롱하고 있다며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평화 중재 외교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도 양국 간 종전 담판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판단했다.
AP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8일 새벽(현지시간) 키이우에 대대적인 드론·미사일 공습을 가해 어린이 4명을 포함해 최소 21명이 사망하고 48명이 다쳤다. 유럽연합(EU) 공관도 파손됐다.
티무르 트카츠헨코 키이우 군사행정청장은 키이우 10개 구(區) 전역에 걸쳐 33개 지역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거나 공격 여파가 있었고 시내 중심가의 쇼핑센터를 비롯해 건물 약 100채가 파손됐다고 설명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키이우 동남부 다르니츠키 구에 있는 5층짜리 아파트 건물에서 나왔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소피아 아킬리나(21)는 키이우의 홀로시이우스키 구에 있는 자택이 파손됐다고 AP에 전했다. 그는 "이렇게 가까이에서 공격당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불행히도 협상은 아직 아무것도 얻지 못했고 사람들은 고통받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드론 598대, 미사일 3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BBC는 이번 공습이 지난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렸던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미·러 정상회담 이후 첫 대규모 공격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키이우 중심부를 겨냥한 공격은 개전 이래 몇 차례 없었던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AP는 전했다.
EU 대표부 건물과 영국문화원도 피해를 당했다. EU와 영국은 격분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것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포에 떨게 하기 위해서라면 민간인을 살상하고 심지어는 EU(대표부)까지 겨냥하는 등 어떤 일도 서슴지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엑스에서 "러시아가 외교적 해결과 종전 대신 살상을 선택했다"면서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촉구했다. 그는 "평화를 촉구하면서 주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전 세계 모두의 대응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습이 평화 협상 교착 상태 속에서도 희미하게 남아 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양국 정상 간 종전 담판에 대한 희망을 산산조각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