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가 주택 임대차 시장을 주도하는 양상이다. 전세 사기 여파와 정부가 내놓은 6·27 대출 규제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전세 매물은 줄고 가격이 오르면서 월세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부동산 시장에 따르면 최근 전세 매물이 줄어든 가운데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넷째 주(25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주간 아파트 전세가격은 0.02% 상승을 기록했다. 직전 주(0.01%) 대비 상승폭이 확대됐다. 수도권(0.02%→0.03%) 및 서울(0.05%→0.06%)도 상승폭이 확대되고, 지방(0.00%→0.01%)은 상승 전환됐다. 서울은 입주 물량의 영향을 받는 일부 지역과 구축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하락했지만, 학군지와 역세권 등 단지에서 상승 계약이 체결돼 전체적으로 상승했다고 한국부동산원은 설명했다.
반면 월세 거래는 눈에 띄게 늘어 지난달 기준으로 이미 100만 건을 넘어선 상태다.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전국적으로 확정일자를 받은 주택 임대차 계약 가운데 월세를 낀 계약은 105만 6898건으로 집계됐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 월세 거래(이하 1~7월 기준)는 80만 건대에 머물렀지만, 올해는 이미 100만 건을 훌쩍 넘겼다.
서울(34만 622건)·경기(29만 2205건)·인천(5만 1935건) 등 수도권뿐 아니라 부산(6만 3171건), 경남(4만 256건), 충남(3만 7117건), 대전(3만 6091건) 등 지방까지 월세 거래량이 역대 최다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월세가 낀 계약 비중은 2020년 40.7%, 2021년 42.5%, 2022년 51.0%, 2023년 55.0%, 지난해 57.3%에 이어 올해 61.9%를 기록해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다.
월세 비중은 늘었지만, 전국 전세 비중은 2020년 59.3%, 2021년 57.5%, 2022년 49.0%, 2023년 45.0%, 작년 42.7%에 이어 올해 38.1%를 나타내면서 30%대로 처음 떨어졌다.
특히 서울 아파트 월세 가속화는 더욱 눈에 띈다. 서울 월세 수요는 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월세수급지수는 103.2로, 2021년 10월(110.6)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세수급지수가 100을 넘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세 가격이 오르고 매물 부족으로 이른바 '반전세' 등 월세로 내몰린 수요자들이 늘어나면서 월세 수요 우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관측이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6·27 대출 규제와 2023~2024년 집중적으로 불거진 전세사기, 전세 대출 규제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한동안 월세 가속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세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대출 한도가 줄면서 임대인이 시세 상승분만큼 월세를 올릴 수 있다는 이유 등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2023년에도 서울 지역의 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이 43.6%, 2024년 42.9%, 2025년이 44%로 나왔다"며 "지난해 약간 주춤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증가했는데 원인으로는 전세 매물이 많지 않아서 그럴 수 있고 저금리 이슈와 대출 규제,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 규제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해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함 랩장은 그러면서 "월세 가속화 속도를 조절하는 고민을 할 수 있겠지만, 되돌리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면서 "제일 좋은 방향은 공급 확대라고 할 수 있고 월세와 관련한 주거비 증가 이슈를 줄이기 위해서 월세 소득공제 효과를 높여준다든지 보증부월세(반전세)를 대비해서 관련한 대출 관련 상품을 개발하는 것을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