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 항일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다고 북·중 양국이 28일 발표했다. 이로써 김 위원장은 지난 2019년 이후 6년 8개월 만에 다시 중국 땅을 밟게 된다. 집권 후 다섯 번째 방중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집권기,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이어지던 2018년에 집중됐다. 2018년 세 차례, 이듬해 한 차례 등 총 네 번 중국을 방문했다.
첫 중국 방문은 2018년 3월 25일부터 사흘간이다. 집권 6년 동안 해외에 나가지 않던 김 위원장은 부인 리설주와 최룡해, 박광호, 리수용, 김영철, 리용호 등 측근을 대동해 특별열차 편으로 중국을 찾았다.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정상회담은, 북·중 관계가 핵 개발과 대북 제재로 장기간 냉각된 상황에서 4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성사됐다. 이 만남을 계기로 양국은 '전통적 우군' 관계를 빠르게 복원하기 시작했다.
이어 같은 해 5월 7~8일, 김 위원장은 전용기 '참매 1호'를 타고 중국 다롄을 방문해 시 주석과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졌다.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후 이뤄진 이 자리에서 양측은 비핵화 과정에서 긴밀한 전략적 협의를 약속하며 과거의 '순치(脣齒) 관계(입술과 이처럼 서로 떨어질 수 없을 만큼 긴밀하고 의존적인 관계)'를 재확인했다.
세 번째 방중은 2018년 6월 19~20일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약 일주일 뒤였다. 김 위원장은 회담 결과를 직접 설명하기 위해 베이징을 찾아 시 주석과 만나 비핵화 이행 문제와 북·중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부인 리설주가 동행하며 첫 공식 방문 형식으로 진행된 것도 특징이었다.
불과 석 달 만에 세 차례나 중국을 찾은 김 위원장의 행보는 남북·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급변하는 외교 환경 속에서 중국을 '안전판'으로 확보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됐다.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지지를 바탕으로 발언권을 키우려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네 번째 방중은 2019년 1월 7~10일이었다.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2월 27~28일)을 앞두고 이뤄진 이 방문에서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회담을 열고 향후 협상 전략과 비핵화 문제에 대해 의견을 조율했다. 특히 생일이었던 1월 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 만찬은 양국 정상 간 신뢰와 친밀도를 과시하는 자리였다.
이후 2019년 6월에는 북·중 정상은 시 주석이 평양을 답방하는 방식으로 두 차례 회담을 가졌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이후 교류는 사실상 중단됐다. 지난해 북·러 밀착 속에 양국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올해 들어 다시 교류에 속도가 붙으면서 6년여 만에 김 위원장의 5차 방중이 성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