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외교 첫 데뷔' 김정은…북미대화 출발점 되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다음달 3일 중국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기념 행사 열병식 참석은 김 위원장의 다자외교무대 데뷔가 될 예정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8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화인민공화국 주석 습근평(시진핑) 동지의 초청에 따라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쑈전쟁승리 80돐 기념행사에 참석하시기 위하여 곧 중화인민공화국을 방문하시게 된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이 때까지 외국에서 열리는 다자외교 행사에 참석한 전례가 없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은 열병식을 비롯해 다자외교무대에 다수 참석하기도 했지만, 아버지인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해 김 위원장 본인은 다자 무대에 선 적이 없다.

'전세계 여러 지도자 중 한 명'으로서 참석하는 다자 무대는 최고지도자에게 모든 이목이 쏠려야 하는 북한의 '유일 영도체계' 성격과 맞지 않아서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진행되며 국제사회와의 대립구도가 강해졌던 점도 이유 중 하나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번 중국 방문은 승전 기념 행사 시점과 북한의 전략적 필요성이 맞아 떨어진 결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선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일본과 미국을 차례로 방문해 정상회담을 갖는 등 한미·한미일 동맹이 강화되는 움직임에 대응하려는 것일 수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참석하는 만큼 북한이 이번 중국 참석을 계기로 중국, 러시아와 최근 동북아 정세와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논의하고 연대를 과시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주석이나 푸틴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외교 무대의 주연으로 각인될 수 있다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을 앞두고 있는만큼 그간 러시아와 밀착관계를 형성해 왔던 북한이 중국과도 관계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는 셈법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김일성 대에서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국제회의 등에 참석하는 등 사례가 있었지만 김정은 위원장은 한번도 다자회의에 참석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크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다자 행사에 참석하는 이유는 그간 러시아에 기울어져 있던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는 것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간 고립되고 은둔하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다자외교가 점차 중요해지는 추세에 맞춰 나가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고 설명했다.

특히 북한이 국제 무대에 선다는 것 만으로도 북미 대화나 남북 대화에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북미 대화가 진행될 때도 북한은 중국과 긴밀히 소통, 협의해왔다.

앞서 이번주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만날 수 있다"며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냈고, 이재명 정부 역시 줄곧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이고 있는만큼 당장은 아니더라도 미래의 대화 재개를 위해 중국과 전략적인 소통을 해 나가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중국이 미국과 무역갈등을 겪는 등 경쟁하고 있지만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면 오히려 남북 혹은 북미 대화에 대해 긍정적인 지지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후에 북러 밀착관계가 소강상태에 돌입하면 결국 미국과의 대화 국면에서 중국이라는 '뒷배'가 있어야 한다. 이조차도 이전의 신냉전 구도에서 대화를 염두에 둔 구도로의 전환가능성을 대비한 것"이라면서 "이번 행사 참석이 북미 정상회담을 자극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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