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국민의힘-통일교 '접점'은 권성동?
특검은 전날(27일) 현역 국회의원 신분인 권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로 불러 통일교 측과 접촉하게 된 계기를 비롯해 권 의원을 둘러싼 통일교 관련 의혹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권 의원은 지난 2022년 1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로부터 1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22년 2~3월 한학자 총재로부터 금품이 담긴 쇼핑백을 수수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윤씨와 권 의원은 윤정로 전 세계일보 부회장의 주선으로 알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검은 권 의원이 윤씨를 만난 이후 통일교 측과 윤 전 대통령 부부를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한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특히 특검은 권 의원 개인의 비리 의혹을 넘어, 권 의원을 통한 통일교와 국민의힘 간의 조직적인 유착 의혹까지 정조준하고 있다.
앞서 특검은 통일교 각 지역을 담당하는 지구장들로부터, 통일교가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지구장들에게 교단 차원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국민의힘을 지원하게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특검은 또 2022년 1월 통일교 측이 윤씨를 통해 권 의원에 1억원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촬영된 사진 등 구체적인 정황까지 확보한 만큼, 통일교가 권 의원과 교류하며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대선 이후에도 통일교와 국민의힘 유착 정황에 권 의원은 계속 등장한다. 특검은 2022년 말 통일교 지구장들이 2023년 2월 열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권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다수의 교인들을 당원으로 대거 가입시킨 정황을 포착했다.
특히 특검은 2023년 2월 초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윤씨에게 "당대표 김기현, 최고위원 박성중 조수진 장예찬으로 정리하라네요"라는 취지로 보낸 문자메시지 내역도 확보했다. 당초 통일교 측이 당대표로 밀려던 권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통일교가 '윤심' 후보인 김기현 의원으로 지원 대상을 변경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실제로 김 의원은 당대표에, 조수진 의원과 장예찬 의원은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김건희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의심하고, 김씨 조사 과정에서도 해당 문자 내역을 제시했지만 김씨 측은 "전혀 몰랐다"며 부인했다고 한다.
특검은 윤씨가 전씨에게 "여사님이 작년 이맘때 당 대표 선거 지원 관련해서 약속하신 것은 유효하냐", "통일교가 대통령 당선 도와주면 보답하겠다고 하지 않았냐"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수차례 연락한 내역도 파악했다. 국민의힘에 대한 통일교 측의 조직적 지원의 대가로, 통일교 인사를 총선 비례대표로 공천받게 해달라는 취지다.
'혐의 전면 부인' 권성동…특검, 구속영장 카드 꺼내드나
하지만 권 의원은 자신의 개인적 비리부터, 당과 통일교의 조직적 유착 의혹까지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전날 특검에 출석하던 권 의원은 "통일교 관계자로부터 어떠한 금품도 수수한 바 없다"며 "특검이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 결백하다. 그렇기 때문에 당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약 13시간 30분 동안 조사를 받고 나온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여러 의혹에 대해 "그런 사실 없다"고 잘라 말했다.이에 특검은 향후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은 그간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들에 대해 예외없이 구속영장을 청구해왔다.
만약 특검이 불체포특권을 가진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경우, 국회에서 체포동의안 처리 절차를 거쳐야 한다. 체포동의안 가결에는 재석 의원 과반 이상 출석, 출석 의원 과반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한편 권 의원에 이어 '윤핵관'들이 연이어 특검 수사선상에 오르고 있다. 윤한홍 의원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를 통한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해 이미 참고인 신분으로 서면조사를 받았다.
고(故) 장제원 전 의원도 공천개입 의혹에 연루된 윤상현 의원이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과 관련해, 당시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 신분이던 장 전 의원과 통화했다"고 진술하며 이름이 거론됐지만, 이미 유명을 달리한 상황이다.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또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에 대한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순직해병 특검의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