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당시 관저 이전의 불법성을 감사한 감사위원회의 회의록에 '윤 전 대통령과 영부인의 요구로 증축이 진행됐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관저 공사의 주요 사항을 결정할 권한이 영부인 김건희씨에겐 없다.
지난해 9월 공개된 감사보고서에는 관저 공사의 범위와 내용을 지시한 주체가 등장하지 않아 '부실 감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감사원이 관련 내용을 알고도 최종 감사 결과에 넣지 않은 셈이다.
27일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제14회 감사위원회의 회의록'과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당시 회의에서 조은석 감사위원(현 내란 특별검사)은 "(행정안전부) 청사관리본부는 문서를 모두 냈다. 극단적으로 이런 말을 한다. '대통령과 영부인의 요구사항 때문에 증축 범위를 축소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과 영부인이) 그것을 요구하니까 비용 절감(이 안된다)' 이런 말도 (행안부 제출 문서에) 모두 나온다"고 덧붙였다.
윤 전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씨가 관저 증축에 대해 구체적 요구와 지시를 했다는 정황이 공식 문서를 통해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국회는 감사위원회 회의록 열람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최재해 감사원장이 "여야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거부해 공개되지 못했다.
조 위원이 인용한 문서는 관저 공사 발주처인 행안부 청사관리본부가 작성해 감사원에 제출한 것이다. 회의록에 따르면 조 위원은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논의한 내용도 모두 나온다. 총무비서관과 관리비서관이 논의한 것이 거기에 나온다. 제출된 문서에 나온다"고 언급했다. 당시 관저 공사가 애초 주무부처인 행안부가 아니라 정진석 비서실장까지 관여해 대통령실 주도로 이뤄졌음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번 회의록은 감사원이 2022년 12월부터 관저 이전 의혹에 대한 감사를 진행한 후, 의결을 위해 2024년 5월 10일 열린 감사위원회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약 1년 반 동안의 감사에도 불구하고 조 위원의 지적을 필두로 다수 위원들도 감사 과정과 결과에 흠결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의결이 보류됐다.
특히 조 위원은 감사 과정에서 이미 행안부가 작성한 물품거래서 등 각종 증거 자료를 확보하고도 그에 기반해 관련자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점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김건희씨 사업을 후원했던 인테리어업체 21그램은 증축 관련 면허가 없음에도 관저 공사 수의계약을 따냈고, 계약·시공·감독·준공 과정 전반에서 크고 작은 위법 사항이 적발됐다. 물적 증거에 따르더라도 그 배경에 대통령 부부의 무리한 요구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해볼 상황이었지만 기초적인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회의록에 따르면 감사원은 비위 의혹이 제기된 21그램과 원담종합건설을 상대로 청문조사도 하지 않고 제출된 답변서만 토대로 감사종료보고서를 썼다. 행안부가 관저 공사에서 사실상 배제되고 김오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 등이 실무를 맡아 진행했지만, 김 전 비서관도 조사하지 않았다.
당시 조 위원은 "수시로 설계 변경이 이뤄진다.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며 행안부가 배제된 공사 과정에서 누가 의사결정을 했는지 사실관계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29일 재차 감사위원회를 거쳐 9월 발표된 최종 감사결과 보고서엔 결국 이같은 의혹의 결론이 담기지 않았다. 조 위원은 최종 감사보고서 의결을 앞두고 증거관계와 다른 내용이 담긴 보고서의 허위성을 지적하는 의견을 내부적으로 공유하기도 했지만 묵살됐다.
김건희씨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관저 공사 관련 비위 의혹은 물론 감사원의 '봐주기 감사' 의혹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최초 감사종료보고서를 결재한 유병호 감사위원(당시 사무총장), 최재해 감사원장 등이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 김건희 특검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21그램과 김 전 비서관, 감사원을 압수수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