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연루자' 한덕수의 국정장악 시도…구속 사유 될까

'내란 방조' 한덕수 전 총리 운명의 날…이르면 이날 늦은 밤 결과
계엄 닷새 뒤 한덕수-한동훈 당정 '공동운영' 선포 배경에도 주목
특검, 6개 혐의 韓…'범죄 중대성'에 '증거인멸' 우려 강조할 듯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방조한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법원이 내란 사태 연루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 여부를 27일 오후 심사한다. 내란특검은 "위헌·위법한 계엄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최고의 헌법기관"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한 전 총리에게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등을 적용해 지난 24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전 총리에게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위증,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 등 6개 혐의가 적용됐다.
 
27일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대통령의 위법한 행위를 견제해야 할 국무총리의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에 더해, 한 전 총리가 보인 '국정공동운영' 시도 등 정치적 행보가 증거인멸과 범죄 중대성 측면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비상계엄 당일 위법성을 인지하고도 계엄 선포를 막지 않고 '외관'을 갖추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으며, 정상적 회의 진행은 방치했다는 점에서 부작위(不作爲·해야 할 것을 하지 않음)와 적극적 행위가 모두 더해져 내란 방조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한 전 총리가 국무회의 개의를 위한 정족수(11명) 채우기에만 급급했고, 정작 정상적인 국무위원 심의가 이뤄지도록 하는 데는 소홀했다는 점도 특검은 내란 방조 행위로 보고 있다. 실제 계엄 당일 국무회의는 법률상 규정된 절차가 지켜지지 않은 채 정족수가 채워진 뒤 2분 만에 종료됐다. 한 전 총리는 또 최초 계엄 선포문의 법률적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사후 선포문을 작성·폐기한 혐의도 받는다.
 
특검은 구속영장에서 범죄의 중대성을 크게 강조했다. 통상 형량이 높은 중대한 범죄 혐의를 의심받는 경우 법원은 구속 사유 중 하나인 '도주 우려'가 높다고 판단한다.
 
한 전 총리가 특검 수사 단계에서 CCTV 등 물적증거가 확보되자 계엄 선포문 관련 진술을 바꾼 점도 증거인멸 우려 중 하나로 지적된다. 지난 2월 국회에서 한 전 총리는 계엄선포문과 관련해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될 때까지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나중에) 양복 뒷주머니에 있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고,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정에서도 "언제 어떻게 그걸 받았는지는 정말 기억이 없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특검 조사에서는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선포문을 받은 것 같다는 취지로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특검은 "일부를 시인하게 된 경위 등을 봤을 때 이것을 '시인'으로 볼 수 있을지 평가가 필요하다"며 증거인멸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8일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을 담은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검은 한 전 총리가 계엄 이후 국정장악 시도를 했다는 점을 구속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2월 8일, 윤 전 대통령이 여전히 계엄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담화를 발표한 다음 날,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당정 공동 국정운영' 담화를 발표하며 정국 수습 방안을 내놨다.  
 
이 같은 법적 근거 없는 당정 공동운영 선포는 국회에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부족으로 폐기된 직후이기도 했다. 당시 민주당과 시민단체 등은 계엄 사태 수습을 빌미로 내란 정권을 유지하려는 시도라며 비판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내란죄 범죄자가 구성한 내각을 대표하는 자로서 그 직을 유지하고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것인가"라며 문제 제기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 측은 담화문 작성 경위와 한 전 총리와의 면담 내용을 규명하기 위해 한동훈 전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특검은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한 한 전 총리가 오히려 국정 운영의 정치적 구상을 내놓은 정황을 들어, 이는 국무회의 심의 과정에서의 책임 소재를 흐리거나 은폐하려는 목적과 맞닿아 있는지 주목하면서 증거인멸 우려와 범죄의 중대성을 영장 심사에서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앞둔 상황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을 미뤄 탄핵 소추되기도 했다. 특검은 12·3 비상계엄 사태 공모·묵인·방조와 쌍특검법(김건희씨·채해병 특검법)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 등 한 전 총리가 탄핵 소추된 사유들을 포괄적으로 구속 필요성 입증에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직 총리가 구속 기로에 놓인 가운데 한 전 총리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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