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부가세 폭탄 피한 부천도시공사…"사필귀정"

조정절차 거쳐 결정문 확정 예정
"부가세 면제 취지로 의결한 것"
기납부액 120여억 원 우선 환급
유사사례 타 지역 공사에도 영향
"관련법 개정 등 후속 조치 필요"

경기 부천도시공사 외경. 부천도시공사 제공

세무 당국이 지방자치단체 산하 도시공사의 대행업무에 별도 세금을 부과하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의 조세심판원 측 판단이 나왔다.
 
이른바 '연쇄 세금 폭탄'을 걱정하다 한시름 덜게 된 지방공기업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내면서, 관련 법제도 개선 등 후속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조세심판원, '지방공사 대행업무 부가세는 부당' 판단

26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조세심판원 심판부는 최근 경기 부천도시공사가 제기한 국세청의 부가세 징수에 대한 '불복청구'를 인용하는 것으로 의결했다.
 
지난달 조세심판관 합동회의 등을 거쳐 이 같이 의결됐고, 이달 19일 관할 세무서의 '부과취소 및 추징세액 환급 결정'으로 이어졌다. 21일 공사에 환급된 기납부액은 122억 원(2017~2021년도분)이다.
 
다만 최종 인용 '결정'은 심판원 행정조정과의 심판결정서 작성과 의결사항의 오류 여부 등에 대한 조정절차를 거쳐 이뤄질 예정이다.
 
심판부는 조세특례제한법의 '정부업무를 대행하는 단체가 공급하는 재화 또는 용역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를 면제하게 돼 있다'는 규정을 근거로 지자체 업무를 대행하는 사업비에 대해서는 부가세를 면제하는 게 타당하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세심판원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방공사가 지자체와 위수탁 계약을 맺고 공공시설 등을 운영해서 사업비를 받은 데 대한 부가세를 부과하는 게 타당한지가 주요 쟁점이었다"며 "자세한 인용 취지 등은 결정문이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대행업무도 과세 대상 시각 vs 공사 "이중과세"

이번 논란은 2023년 3월 관할 세무서에 대한 국세청의 종합감사에서 지자체 도시공사에 지급하는 '대행사업비'는 부가세 과세 대상이라는 지적사항이 나옴에 따라, 부천도시공사가 과세예고 통지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마찬가지로 파주도시관광공사와 평택도시공사 등 타 지역에서도 부가세 추징이 되면서, 전국 지방공사의 세금 부담 우려로 번졌다.
 
당시 부천도시공사 관할 세무서는 부천시에서 위탁받은 주차장이나 운동시설 운영업 등 대행사업비에 대한 부가세 신고를 누락했다며, 공사에 210억 원대 세금부과를 예고했다.
 
국세청은 지방공사가 수행하는 용역 자체가 또 하나의 재화에 해당되기 때문에 부가세를 징수할 수 있다는 취지로 대행업무에 대한 과세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공사는 즉각 반발했다. 대행사업들은 공사가 아닌 시의 고유업무로, 시 예산 편성‧집행 과정에서 이미 과세가 이뤄지는 데다 공사 수익금은 다시 시로 반환된다는 게 공사의 입장이었다. 이런 대행업무에 부가세를 물리면 '이중과세'가 된다는 논리였다.
 
실제로 각 지자체들은 부동산임대업, 기타 스포츠시설 운영업 등을 지방공사 등에 맡기면서, '부가가치세법(시행령 제46조 3호)'에 따라 소비자인 시민들에게 부가세를 징수해 관할 세무서에 납부한다. 사업을 공사에 위탁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부가세 과세 의무를 이행하는 셈이다.
 
이에 공사는 과세 전 적부심사를 청구, 이후 국세심사위원회의 '재조사 결정'을 받아낸 데 이어 넉 달가량 과세의 부당성을 적극 소명했지만, 세무서는 예고대로 5개년치(122억 원) 부가세 과세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공사는 2023년 12월 국내 최대 규모 회계법인을 세무대리인으로 선임해 '조세심판'을 청구했고, 수차례 전략회의와 세무 당국 등과의 서면 공방, 기획재정부 세법해석 질의 등을 하며 조세심판 대응에 주력해 왔다.
 
원명희 부천도시공사 사장. 박창주 기자
이 같은 노력 끝에 청구 인용 의결을 이끌어낸 것이다. 공사는 이번 의결로 납부세액 환급뿐만 아니라, 추가 추징 예정액 82억 원(2022~2024년도분)과 향후 해마다 20억 원 규모로 부과될 수 있었던 조세부담도 덜게 됐다고 추산했다.
 
원명희 부천도시공사 사장은 "부당한 세금 징수에 대한 명확한 심판으로 조세정의를 실현하게 된 것 같다"고 했고, 조용익 부천시장도 "소중한 세금을 지켜내고 시 재정의 안정성 확보에도 크게 기여하게 됐다"고 반겼다.
 

전국 지방공기업들 '환영', 법개정 필요성↑

애초 부천도시공사 부가세 논란은 여느 지방공기업들에게도 남 일이 아니었다. 공사의 과세 불복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른 지방공사도 부가세 징수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조세심판원 심판부의 이번 의사결정에 여느 지방공기업들이 반색하고 나선 이유다.
 
전국 190여 개 지방공사와 공단 등으로 구성된 한국지방공기업협의회(KOCOA) 측은 서면답변을 통해 "평택과 파주, 과천, 안양, 화성 지역도 유사한 과세 조치를 받아 부천도시공사 불복 절차 결과를 주목해 왔다"며 "부당한 징수였다는 판단이 나와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세청 과세 절차의 즉각 중단을 요청한다"며 "유사 사례 방지와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부가세 과세 사업에 '지방공사 및 지방공단 제외'를 명문화하는 조세특례제한법 시행령(106조) 개정을 촉구했다. 지방공기업의 공공성을 보호하고, 조세 형평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도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