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뇌 휴가 보내고 보는 피 튀기는 가족 액션 '노바디2'[최영주의 영화관]

외화 '노바디2'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때로 영화의 러닝타임은 영화관을 나선 후에도 이어집니다. 때로 영화는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 비로소 시작합니다. '영화관'은 영화 속 여러 의미와 메시지를 톺아보고, 영화관을 나선 관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 스포일러 주의
 
'분노의 아이콘' 허치가 돌아왔다. 딸의 고양이 팔찌 때문에 분노하던 허치가 이번에는 소중한 딸의 뒤통수를 친 남자 때문에 분노했다. 다시 만난 '노바디2'는 전편보다는 아쉽지만, 그럼에도 지친 뇌를 잠시 휴가를 보내 놓고 아무 생각 없이 팝콘을 와그작 씹어 먹으며 보기에 나쁘지 않은 코믹 액션 영화다.
 
가족과 소홀해지는 걸 느낀 허치(밥 오덴커크)는 오랜만에 가족들과의 여름 휴가를 위해 유년 시절의 추억이 깃든 플러머빌로 향한다. 꿀 같은 휴식을 꿈꿨지만, 평온은 온데간데없고 사건만 터진다. 그렇게 일도 가족도 고단한 아저씨 허치의 휴가를 쟁탈하기 위한 싸움이 시작된다.
 
비범한 정체를 숨긴 아저씨의 분노 폭발 액션 '노바디'가 성공하며 이번엔 휴가를 가기 위한 아저씨의 분노 폭발 액션 '노바디2'가 관객들을 찾아왔다.
 
외화 '노바디2'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빚을 갚기 위해, 가족을 위해 매일 피와 땀이 가득한 직장 생활을 하는 허치는 어렵사리 휴가를 내고 모처럼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려 한다. 힘든 삶 속에서도 단 하나라도 즐거운 기억이 있다면 삶을 지탱할 수 있다는 게 허치의 생각이다. 그렇기에 그는 소홀했던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고자 한다.
 
그러나 노동자의 휴가란 만만치 않은 법이다. 휴가 중에도 울리는 업무 카톡과 이메일에 시달려야 하듯이, 어쩌다 보니 허치는 휴가지에서 처단해야 할 악당들을 만난다. 자신의 평화로운 휴가를 방해하고, 심지어 소중한 막내딸을 때린 남자에게 주먹을 날린 게 결국 악당 소탕으로 이어지게 된다. 돌고 돌아 본업으로 돌아와 업무의 연장선에 발을 들인 것이다.
 
막내딸의 뒤통수를 때린 남자의 행동에 참지 못한 허치의 모습은 어찌 보면 급발진 수준이지만, 사실 월화수목금 쌓이고 쌓인 직장 스트레스와 어렵사리 얻은 휴가를 망치려 하는 조짐에 그동안의 모든 스트레스와 울화가 결국 폭발한 것이다.
 
'노바디2'의 매력은 만화적인 설정과 현실 감각이 오묘하게 뒤섞여 병맛 혹은 B급 같은 맛으로 버무려졌다는 점이다. 현실 감각이란 일반적인 '현실성'이 아니라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애환과 가족 문제로 고민 중인 사람이라면 동감할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외화 '노바디2'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만화적인 설정이라면 역시나 겉으로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가장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니 사람을 죽이는 데 뛰어난 자질을 가진 전문가라는 데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어쩐지 허술한 듯 보이면서도 허술하지 않게 포장됐다는 점 역시 '노바디2'의 재미를 끌어내는 지점 중 하나다.
 
'노바디2'의 핵심은 액션이고, 중년을 넘어 노년에 이른 배우들이 펼치는 액션의 향연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특히 전편과 마찬가지로 음악을 활용한 액션 장면은 허를 찌르며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 '마이 걸'의 OST로도 유명한 더 스파이럴 스테어케이스의 '모어 투데이 댄 예스터데이'(More Today Than Yesterday)를 비롯해 오프 스프링의 '컴 아웃 앤드 플레이'(Come Out and Play), 토니 베넷의 '이프 아이 룰드 더 월드'(If I Ruled the World), 셀린 디온의 '더 파워 오브 러브'(The Power of Love) 등의 명곡이 액션 신과 어우러져 귀를 즐겁게 한다.
 
여기에 취향은 타겠지만, 블랙 코미디의 요소도 담겼다. 무엇보다 전편과 비교하자면 '노바디2'는 '가족 영화'다. 비록 '청불' 딱지를 달았고, 신체 부위가 잘려나가고, 치아가 날아다니고, 피가 솟구치지만, '노바디2'는 반박의 여지 없는 '가족 영화'다.
 
가족 간의 관계와 사랑은 물론 아이들을 지키고, 고군분투하는 가장을 쓸쓸하게 두지 않겠다는 아내이자 어머니 베카(코니 닐슨)의 활약은 놀라울 따름이다. 그야말로 '사랑'의 힘이라 할 수 있다.
 
외화 '노바디2'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물론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노바디2'는 전편인 '노바디'보다는 스토리나 액션의 날은 무뎌졌다. 전편만큼의 신선함은 줄었고, 서사는 단조롭다. 형보다 나은 아우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이래저래 지친 뇌를 잠시 휴가 보내고, 아무 생각 없이 팝콘과 함께하기에는 나쁘지 않다. 그저 허치의 휴가 아닌 휴가를 따라가다 보면 낄낄거릴 수 있는 팝콘 무비다.
 
그리고 액션을 담당하는 이들의 평균 나이 64세, 여기에 허치의 아버지까지 하면 무려 평균 나이 70세에 달하는 어르신들이 액션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최선을 다했구나 싶다. 물론 여기서 여전히 비행기에 매달리는 톰 크루즈는 예외다. 그러나 밥 오덴커크 역시 강도 높은 훈련을 통해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해 냈다. 그 열정과 노력은 액션 신에서 빛을 발한다.
 
잔혹한 빌런 렌디나로 등장한 샤론 스톤의 얼굴은 반갑다. 비록 세월은 흘렀지만, 찰나의 등장에서도 그만의 존재감은 여전하다.
 
'노바디2'를 재밌게 관람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 팝콘을 구매한다. 그다음 상영관으로 들어가며 지친 뇌에게 잠시 휴가를 다녀오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자리에 앉아 아무 생각 없이 팝콘을 먹으며 허치의 얼렁뚱땅 위기탈출 휴가를 보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의 뇌를 휴가보내는 것임을 잊으면 안 된다.
 
89분 상영, 8월 27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외화 '노바디2' 포스터.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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