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누구에게나 열려 있던 한 주유소 화장실이 공공예절을 지키지 않는 일부 이용자들로 인해 결국 도어락을 달게 됐다.
지난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주유소 사장 A씨는 "2004년 이전부터 지원도 받지 않고 화장실을 개방해왔지만 이제는 한계"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A씨가 꼽은 가장 큰 문제는 미주유 차량들의 무분별한 이용이다. 주유를 하지 않는 관광버스가 주유소 앞에 정차해 수십 명이 화장실로 몰려드는가 하면, 몰려든 사람으로 인해 칸이 적다는 이유로 주유소 뒤편에서 몰래 볼일을 보는 사례도 잦았다. 제지를 하면 "여기가 네 땅이냐"는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현실에 A씨는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무분별한 흡연과 쓰레기 투기도 골칫거리였다고 한다. 주유소 내에서의 흡연은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는 행동으로 법적으로 금지된다. A씨는 "화장실 안팎에서 흡연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기름은 언제나 유증기를 동반하고, 기체는 눈에 보이지 않는데 휘발유 탱크 위에서 담배를 피는 것은 본인만 죽는 것이 아니라고 토로했다. 더불어 차에서 쓰레기를 가져 나와 화장실 안 작은 휴지통에 쑤셔 넣고 가는 경우도 흔해 관리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A씨는 "주유소 화장실은 제 돈으로 관리해야 하는 개인 사유 공간"이라며 "호의를 권리처럼 여기는 사람들 때문에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결국 그는 도어락을 설치하고, 미주유 손님에 대한 이용 제한 안내문을 붙이기로 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말 한마디 양해 구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호의가 권리로 변한 안타까운 사례"라며 공감과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한편, 2004년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주유소에는 공중화장실 설치가 의무화됐다. 그러나 등록된 공중화장실이라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에게 무조건 개방해야 할 의무'는 없다. 이 때문에 민간 주유소의 화장실 개방 여부를 두고 갈등이 반복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