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보좌한 대통령실 3실장(비서실장·안보실장·정책실장)은 이번 회담이 당초 계획했던 경제·동맹·신분야 개척 등 3가지 영역에서 모두 소기의 성과를 거둔 회담이었다고 자평했다. 별도의 합의문이 도출될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준비과정에서 윤활유 역할을 한 양 정상의 비서실장 간에는 '핫라인' 구축이 합의됐다.
경제·동맹·신분야서 "소기의 성과"…"국방비 증액은 李가 먼저 제안"
대통령실 강훈식 비서실장과 위성락 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은 25일(현지시간) 밤 미국 워싱턴 D.C.에 마련된 한미 정상회담 프레스센터에서 합동 브리핑을 열었다.
위 실장은 "출발 전 브리핑을 통해 몇 가지 목표를 말씀드린 적이 있다. 첫째는 한미 경제 통상분야의 안정화를 기약했고, 둘째로는 한미동맹의 현대화를 우리 국익에 맞게 하며, 또 새로운 협력분야에 대한 개척도 놓치지 않겠다로 말씀드렸다"며 "회담을 통해 들게 된 생각은 세 분야 모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분야별로 경제 통상 분야에 대해서는 "전체적으로 투자, 구매, 또 제조업 협력 등에 대해서 정상 차원의 논의가 있었다"며 "앞으로 후속 협의가 더 진전될 것이기 때문에 경제 통상 분야의 안정화가 한 단계 더 진전되는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동맹 현대화에 대해서는 "동맹의 발전 방향, 국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서 협의가 있었고 공감대를 이뤘다"며 "이재명 대통령께서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설에서도 말씀하셨듯 국방비 증액 등 우리가 한반도 안보를 지키는데 더 많은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새로운 영역 개척과 관련해서는 "조선 역량을 가지고 미국과 조선 협력을 크게 늘려가겠다는데 공감대가 있었다. 내일 필리 조선소를 방문하는 것도 이러한 새로운 영역 개척의 일환"이라며 "원자력 협력 문제에게 대해서도 정상 간 의미있는 논의가 있었고, 앞으로 추가적인 협의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심사 중 하나이던 한미 방위비 협정과 관련해서는 "SMA(방위비분담특별협정)를 다시 열어서 늘려보자는 논의는 없었다. 오늘까지도 그건 없다"며 "단지 한국의 국방비 증액에 대한 논의는 있지만, SMA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국방비 증액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이 대통령이 먼저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 실장은 "'우리가 이런 방향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그것이 우리가 보는 동맹 현대화의 방향이다'라고 해서 반응이 좋았다"며 "미측에서는 미국 방산업 중 경쟁력 있는 분야에 대한 언급이 있었고, 우리는 첨단무기, 꼭 필요한 중요한 무기를 구매하려고 하는 것이 있어 서로 의견이 맞았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韓기업 1500억 달러 추가 투자…기업간 협력도 다수
정상회담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였던 대미 투자와 관련해서는 김용범 정책실장이 주로 챙기는 모습이었다.
정상회담 직후 양국 주요 기업인들의 참석 아래 진행된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15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 발표 등 등이 활발하게 논의됐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오늘 발표한 기업들의 투자는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FDI)"라며 "3500억 달러 펀드와는 별개"라고 말했다.
특히 AI(인공지능)·반도체 등 첨단산업과 조선·자동차 등 주력 제조업, 방산·원전 등 전략산업, 콘텐츠 등 문화산업 등 양국 간 협력 방안은 사실상 전 산업 분야를 망라해 진행됐다.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간 연계작업도 다수 진행됐다. NVIDIA(엔비디아)와는 슈퍼 컴퓨터에 최적화된 반도체 칩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IBM은 연세대학교와 함께 양자컴퓨터 설치 등 AI 협력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이어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조선 분야에서는 HD 현대와 서버러스 캐피탈간 미국 조선소 현대화 등을 위한 공동투자 프로그램 등을 논의했다.
원전 분야에서는 두산 에너빌리티와 엑스에너지가 AI 시대 핵심 에너지원으로 여겨지는 SMR 상용화에 협력하기로 했고, 콘텐츠 분야에서는 디즈니, 넷플릭스 등을 회원사로 둔 미국 영화협회가 한국 콘텐츠에 대한 미국 기업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교착된 협상서 가교 역할한 강훈식…'비서실장 핫라인' 합의
강훈식 비서실장은 양국간 협상의 교착 국면을 해소하기 위한 가교 역할을 했다.
특히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SNS로 한국 상황에 대해 "숙청 또는 혁명같이 보인다", "교회를 공격했다", "심지어 미군 군사 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했다" 등의 발언을 해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었는데, 이를 해소하는데 역할을 한 것도 강 실장이었다.
강 실장은 "지난 8월 10일 고위당정대 협의회에서 '미 정부 핵심 정책 결정권자와 논의가 되는 긴밀한 소통 협력 채널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언했는데 그 때 이미 양국 비서실장 간 회담을 추진 중이었다"며 "일주일 전 마지막으로 수지 와일스 비서실장과 면담 일정을 확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 결과 오늘 오전 10시 30분부터 40분 간 저희 백악관에서 비서실장은 같이 만나게 됐다. 9시 20분에 트루스소셜에 올라온 글 때문에 다들 당황했고, 그로부터 1시간 뒤에 저희들의 면담은 시작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와 관련해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말씀드렸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 문제에 대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다시 보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추후 비서실장 간의 채널을 통해서 계속 소통해 나가기로 했다"며 "'핫라인이 구축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써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저희는 그것을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