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기념비적인 축제로 찾아온다. 올해 경쟁 부문을 신설한 영화제는 한국 영화의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를 모색하는 풍성한 상차림을 마련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회는 2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중극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영화제 개막작과 전반적인 영화제 기획 방향을 설명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음 달 17일부터 26일까지 영화의 전당 등 7개 극장 31개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예년과 달리 추석연휴 등 일정을 피해 9월에 개최된다.
상영편수는 모두 241편으로, 지난해보다 17편 늘었다. 커뮤니티비프 상영작을 더하면 모두 328편이다.
영화제의 포문을 여는 개막작으로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선정됐다.
영화는 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이병헌과 손예진, 박희준,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호연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가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부산국제영화제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이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것은 그야말로 어쩔 수가 없었다"며 "개막식을 찾은 5천여 명의 관객들이 바로 그 순간에 가장 보고 싶은 작품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한국 영화가 겪고 있는 위기를 타개하고 도약할 수 있는, 현장에서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자, 이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함께 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에는 검열과 억압 속 개인의 자유와 존재를 조명해온 이란의 거장 자파르 파니히 감독이 선정됐다. <써클>(2002)로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그는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택시>(2015)에 이어 (2025)로 2025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 3대 영화제를 모두 석권했다.
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경쟁 부문을 도입해 경쟁영화제로서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다.
올해 경쟁 부문에는 아시아 주요 작품 14편을 초청해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서 '부산 어워드'를 시상한다.
경쟁 부문 작품으로는 중국 감독 장률의 <루오무의 황혼>, 스리랑카 감독 비묵티 자야순다라의 <스파이 스타>, 임선애의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모임>, 이란 감독 하산 나제르의 <허락되지 않은> 등이 초청됐다.
26일 열리는 폐막식에서 경쟁 부문 시상식이 이뤄지고, 대상 작품이 폐막작으로 상영돼 첫 경쟁영화제의 마지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할 예정이다.
BIFF의 30돌을 축하하기 위해 세계적인 거장들도 대거 부산을 찾는다.
유럽 최고의 거장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감독 마르코 벨로키오는 특별전을 계기로 80여 년 생애 처음으로 아시아 지역 영화제를 방문한다. 그는 올해 BIFF 시네마 마스터 명예상을 수상한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배우 줄리엣 비노쉬 역시 특별전을 위해 15여 년만에 부산을 다시 찾는다. 2024년 칸과 오스카 대상을 동시에 석권한 감독 션 베이커는 경쟁부문 초청작인 <왼손잡이 소녀>의 프로듀서 자격으로 참여하고, 할리우드의 명장 기예르모 델 토로도 신작 <프랑켄슈타인>을 들고 최초 내한한다.
올해 BIFF에서는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특별전과 더불어 영화계가 주목하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더욱 풍성하게 만나볼 수 있다.
그 동안 2~3개가 진행됐던 특별기획 프로그램이 올해 5개로 확대됐다. 아시아 영화사를 빛낸 지아장커, 두기봉, 차이밍량, 이창동, 박찬욱 등 감독들과 배우가 참여하는 '아시아 영화의 결정적 순간들'이 준비됐다. 또 '마르코 벨로키오, 주먹의 영화'와 '줄리엣 비노쉬, 움직이는 감정', 봉준호 감독이 참여하는 '까르뜨 블랑슈' 등 다채로운 특별전이 마련됐다.
30주년을 기념해 한국 신예 여성 감독들이 과거 한국영화의 명작을 선정하고 선배 감독들과 대화를 통해 한국영화의 미래를 꿈꾸는 특별 프로그램인 '우리들의 작은 역사, 미래를 부탁해!'도 진행된다.
세계적 거장들의 신작을 만날 수 있는 아이콘 섹션에는 칸 영화제 수상작 <시크릿 에이전트>와 <지구를 지켜라!>(2003)의 리메이크작 <부고니아> 등 올해 역대 최다인 33편의 작품들이 초청됐다.
아시아 신인 작가 발굴과 독립영화 육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위해 비전 섹션을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해 운영한다. 한국 12편, 아시아 11편이 선정됐으며 다채로운 시상도 진행될 예정이다.
감독과 제작자, 평론가 등이 참여해 영화계 흐름과 당면 과제를 논의하는 '포럼 비프(Forum BIFF)'도 '다시, 아시아영화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열린다. 이번 포럼에서는 OTT와 국제공동제작, 한국영화의 과거와 현재, 한국독립영화 등 4가지 세션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동네방네비프는 올해 '바람길'이라는 주제로 김해국제공항과 다대포 꿈의 낙조분수, 부산대 어린이병원 등 15곳으로 영화제를 확장한다.
집행위원회는 올해 영화제가 30주년을 맞은 만큼 남다른 감회와 함께 미래에 대한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결코 지난 30년간의 현상유지를 하지 않고, 항상 실용적이면서도 풍요롭고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지난 30년의 역사와 영광을 끌어안고 마침표를 맺는 해가 아닌, 앞으로 30년의 비전을 모색하는 출발점으로서 올해 영화제를 운영하고 싶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 박광수 이사장은 "올해 처음 경쟁부문을 도입해 문제점이 보일 수도 있고, 아시아 중심 영화제로서의 정체성 등에 대해 여전히 고민하고 정리할 부분이 많다"며 "앞으로의 비전을 위해 조심스럽게 다른 방식도 모색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 시작이라고 봐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