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드롱, 야스퍼스도 다 이길 순 없다" 스페인 3쿠션 전설의 낭만-자신감 "최고의 선수? 최선의 플레이!"

산체스가 26일 PBA 팀 리그 2라운드 하나카드와 최종전에서 샷을 구사하고 있다. PBA

프로당구(PBA) 웰컴저축은행 주장이자 '스페인 3쿠션 전설' 다니엘 산체스가 팀 리그 2라운드 우승을 견인했다. 조기에 포스트 시즌(PS) 진출을 이끌며 명문 부활 가능성을 높였다.

산체스는 25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웰컴저축은행 PBA 팀 리그 2025-2026' 2라운드 최종전에서 하나카드를 상대로 2승을 거뒀다. 세트 스코어 4 대 1, 승리를 책임졌다.

웰컴저축은행은 승점 3을 온전히 확보해 6승 3패, 승점 18로 2라운드 막판 1위로 올라섰다. 하림과 하나카드(이상 6승 3패, 승점 17)를 넘어 2라운드 우승을 차지했다.

극적인 역전 우승이었다. 웰컴저축은행은 전날까지 승점 15로 하나카드(승점 17), 휴온스(승점 16)에 이어 3위였다. 그러나 최종전에서 휴온스가 하림에 덜미를 잡히고, 웰컴저축은행이 하나카드를 잡으면서 역전 드라마가 완성됐다.

주역은 산체스였다. 산체스는 이날 세트 스코어 2 대 1로 앞선 4세트 혼합 복식에서 최혜미와 함께 승리를 합작한 데 이어 5세트 남자 복식에서도 이기며 우승을 완성했다.

5세트가 압권이었다. 산체스는 신정주에 0 대 5로 뒤진 3이닝째 1뱅크 걸어치기 등 4점을 얻어 추격에 시동을 걸었다. 큐가 풀린 산체스는 4이닝에서 무려 7점을 퍼부으며 경기를 끝냈다. 절묘한 긴 비껴치기를 시작으로 짧은 뒤돌리기, 뒤돌리기 대회전, 더블 쿠션, 횡단샷, 신들린 역회전 옆돌리기, 짧은 뒤돌리기 등 뱅크 샷 없이 7점을 완성했다.

산체스가 우승을 확정짓자 웰컴저축은행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PBA

2라운드 최우수 선수(MVP)는 당연히 산체스의 몫이었다. 2라운드에서 산체스는 12승 6패로 10개 구단 선수 중 최다승을 거뒀고, 이닝 평균 1.975점을 기록했다.

웰컴저축은행은 시즌 종합 순위에서도 하나카드(승점 37)에 이어 2위(승점 34)에 올랐다. 팀 리그 출범 뒤 최강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을 앞세워 3시즌 연속 종합 1위를 이룬 이후 3시즌 만의 정상 탈환 가능성을 높였다. 쿠드롱이 PBA를 떠난 이후 웰컴저축은행은 팀 리그 6위, 4위에 머물렀다.

6시즌 연속 웰컴저축은행에서 뛴 김예은은 경기 후 "쿠드롱이 떠나면서 의지할 곳이 없어 당황하고 방황했는데 산체스가 합류해 너무 기대됐다"면서 "금방 트로피 가져와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산체스가 감정적으로든, 공으로든 잘 조절하려고 했고, 첫 주장의 무게를 혼자 견뎌내기 힘들었을 텐데 고맙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산체스와 쿠드롱은 PBA 출범 이전인 세계캐롬연맹(UMB) 시절 '4대 천왕'으로 군림했다. '황제' 토브욘 브롬달(스웨덴)과 '인간 줄자' 딕 야스퍼스(네덜란드)와 세계 3쿠션을 호령했다.

쿠드롱이 먼저 PBA로 진출해 개인 투어와 팀 리그를 접수했다. 쿠드롱은 2023-24시즌 2차 투어 우승 뒤 PBA를 떠나기까지 통산 8회나 우승을 차지했다. 팀 리그에서도 3회 연속 정규 시즌 종합 1위와 PS 우승 1회를 이끌었다.

묘하게 쿠드롱의 퇴장과 산체스의 등장이 맞물렸다. 산체스는 2023-24시즌 전격 PBA 진출을 선언했고, 해당 시즌 초반 쿠드롱이 PBA를 떠났다.

PBA 출범부터 개인 투어와 팀 리그를 접수했던 최강 쿠드롱. PBA


하지만 산체스의 PBA 적응은 쉽지 않았다. 데뷔 시즌 산체스는 2점제와 세트제, 승부치기 등 PBA의 다른 방식에 고전하며 1회전 탈락만 4차례나 당했다. 팀 리그에서도 에스와이 소속의 산체스는 34승 46패로 승률 42.5%에 그쳤다.

그런 산체스는 지난 시즌 드디어 첫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PBA의 첫 해외 투어로 베트남에서 열린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이었다. 데뷔 시즌 67위였던 상금 랭킹도 5위로 끌어올린 산체스는 팀 리그에서도 38승 41패로 팀 최다승을 거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산체스는 에스와이에서 웰컴저축은행으로 전격 이적했다. 최원준1과 트레이드됐는데 외국인 에이스와 토종 강호가 필요한 두 팀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산체스는 개인 투어에서 올 시즌 개막전 준우승과 3차 투어 4강 진출 등 앞선 2개 시즌보다 나은 출발을 보이고 있다. 조재호(NH농협카드), 강동궁(SK렌터카) 등 국내 강호들이 "올 시즌 산체스가 PBA에 적응해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예상한 부분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다.

2라운드 우승 뒤 산체스는 "굉장히 기쁘고 자신감과 믿음을 갖고 있었다"면서 "4명의 새로운 선수 합류하게 돼 어려움 있지 않을까 했지만 우승했다"고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산체스도 새 얼굴이었지만 주장으로서 김종원, 용현지 등 이적생들을 잘 이끌었다.

팀 리그 2라운드 MVP에 오른 산체스와 PBA 장상진 부총재. PBA

이제 PBA 3년째, 산체스는 조급해 하지 않고 꾸준히 나아가고 있다. 산체스는 "팬들의 기대를 안고 넘어왔지만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것보다 (실력을) 증명하려 노력했다"면서 "최선의 플레이를 했고, (결과에) 실망하진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어 "많은 선수들이 모든 것을 증명하고 이길 수 없다"면서 "쿠드롱, 야스퍼스도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아직도 적응하며 발전하고 있다는 산체스다. "PBA로 넘어와서 삶이 바뀌었고 조명, 음악 등 다른 시스템과 당구에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다"는 산체스는 "적응이 필요했을 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플레이가 아니라 생각한다"면서 "나는 최고의 선수는 아니지만 최선의 플레이하는 선수"라고 힘주어 말했다.

트레이드에 대해서도 산체스는 "과거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면서 "지금 이 팀이 편하고, 행복한 당구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게 중요하고 나는 행복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4대 천왕'으로 세계 3쿠션을 주름잡았던 산체스가 과연 PBA에서도 전설로 남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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