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 정상이 무역협상과 국방비 증액 등을 놓고 상당한 입장차를 드러내면서도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북한과 한반도 평화에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물꼬를 튼 것은 이 대통령이다. 그는 먼저 발언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산 무기 구매 등 구체적 요구를 제시하며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지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대화를 자연스럽게 한반도로 연결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처럼 '피스메이커' 역할을 하는 세계 지도자는 처음 본다면서 한반도에서도 '평화의 사도'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전 세계에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아 있는 한반도에도 평화를 만들어주셔서 김정은 부한 국무위원장과도 만나시고 북한에 '트럼프 월드'도 하나 지어서 거기에서 저도 골프도 칠 수 있게 해 주시라"며 "(김 위원장도) 아마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감사의 뜻을 표한 뒤 김 위원장과의 두터운 교분을 재차 강조하는 한편, 이 대통령이 역대 한국 대통령 중에서도 북한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과 의지, 해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2018년 초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김 위원장과 첫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재확인하는 등 집권 1기 때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과정을 자화자찬하듯 비교적 상세히 소개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 지금도 매우 좋은 관계가 있다"고 했고, "만일 힐러리 클린턴(전 국무장관)이 대통령에 당선됐다면 절대 그러한 상황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차별화를 시도했으며, 이 대통령에는 "우리가 함께 노력한다면 (한반도 문제에서) 어느 정도 진전이 있을 수도 있겠다"고 화답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가 잘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태인데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대통령께서 피스 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 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처럼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가운데 양국 정상은 기자들과 질의응답 순서에 들어갔고, 트럼프 대통령은 러·우 전쟁에 대한 미국 기자의 질문에도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It takes two to tango)며 자신의 피스메이커 역할을 부각시켰다.
그는 이 전쟁은 결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양국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자신이 이미 7개의 전쟁을 종식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의 회담 재개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김 위원장이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때 처음이지만 능숙하게 기자회견에 대처했다고 칭찬한 뒤 "적절한 시기에 회담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시점을 묻는 추가 질문에 연내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관계에 대해서도 "올해 아니면 조만간 제가 방중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대 장관이 연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일정을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연료 절감차 이 대통령과 같은 비행기로 방중할 수도 있다는 농담을 보탰다.
양 정상의 기자 질의응답은 한국 내란 특검의 미군기지 압수수색설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다시 경직되는 듯했지만 이 대통령의 '팩트체크' 발언으로 곧 해소됐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 위원장과 회동할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확답을 피하면서도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저는 적극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