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을 이끌 새 얼굴은 '김앤장'(김문수·장동혁 후보) 중 누구일까. 최고위원들이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일색으로 채워진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두 후보 중 누가 당권을 쥐든 '탄핵의 강' 건너기는 더 요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에선 찬탄(탄핵 찬성)파의 입지가 좁아진 구도가 결과적으로 특검 수사에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야당과는 악수도 하지 않겠다"는 여당 대표의 '강성 노선'과 맞물려, 강대강 대치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압도적 '반탄 지지' 당심에 반성 필요 사라진 金·張
앞서 김·장 후보와 '4강'을 이뤘던 찬탄(탄핵 찬성)파 안철수·조경태 후보는 나란히 탈락했다. 당을 전면 쇄신하자는 혁신파의 목소리보다는, 특검과 민주당의 '입법 독주'에 맞서 대여투쟁 깃발을 높이 들어야 한다는 반탄 진영의 주장이 당심을 파고든 결과다.
장 후보는 지난 23일 결선 방송토론에서 "김 후보나 제가 결선에 올라와 있다는 것이 탄핵에 대해 우리 당원들께서 어떤 입장을 가지고 계신지를 말씀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 연장선상에서, 국회 표결 당시 당론이었던 '탄핵 반대'를 이제 와 뒤집는 것은 당원들의 민심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실제로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한 것은 전대 당일 선출된 최고위원들의 면면이다. 신동욱·김민수·김재원 등 강성 당심에 기댄 캠페인을 펼친 반탄 후보들이 줄줄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대중적 인지도를 토대로 당초 지도부 입성이 유력하게 관측된 친한(親한동훈)계 김근식 교수는 뜻밖에 고배를 마셨다. '보수의 심장' 대구를 향해 "심장병에 걸렸다"며 강도 높게 질타했던 찬탄파가 당심에서는 물론, 민심에서도 밀리면서 당원들의 우향우가 일정 지표로 확인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령 김 교수는 그와 정반대의 입장인 김민수 후보와 비교했을 때 더 많은 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 일반 여론조사(환산득표)에서조차 약 1만 4천 표(8.52%p)를 덜 받았다.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진 여론조사 결과가 의외로 당심과 거의 차별화되지 않은 셈이다. 되레 당원투표보다 더 오른쪽으로 치우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왔는데, 한 당 관계자는 "사실상 당심이 100%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 데이터"란 반응을 보였다.
물론 6·3 대선 후 당에 실망한 합리적 보수 또는 중도에 가까운 당원들이 투표에 매우 소극적으로 참여했을 여지도 있다. 다만 강성 당심의 '과표집' 가능성을 감안하더라도, 신임 최고위원 명단은 당대표가 '김앤장'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방증한다는 평가다.
'김문수계'로 분류되는 김재원 최고위원 당선자는 전대 국면에서 찬탄파를 향해 "부역자"란 표현을 서슴지 않았고, 김민수 당선자는 선출 직후 약속대로 윤 전 대통령 접견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보다 '선명한' 반탄파가 강세인 기류가 이어지면서 장 후보가 상승세를 탔고, 김 후보 역시 대선 당시보다 계엄 관련 입장이 후퇴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12·3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지칭하며, 계엄의 정당성을 강변해온 전한길씨를 감싼 것 또한 단적인 예다. 김 후보는 전대 합동연설회 당시 빚은 소동으로 당 윤리위가 전씨에 '경고' 조치를 한 데 대해 "(세간에서) 너무 가볍지 않느냐고 보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전씨가 입당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일부러 작심을 하고 소란을 부렸다기보다 현장에서 어떤 후보가 얘기하는 걸 보고 상당히 격분해서 그렇게 반응한 것"이라는 논리다.
이는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우회적으로 출당 조치를 압박한 것과도 온도 차이가 있다. '전한길 전대'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선거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전씨와 그에게 찬동하는 당원들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장 후보는 한 술 더 떴다. 계엄·탄핵에 대해선 이미 대선으로 심판이 끝났기에, 더 이상 과거에 매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애초에 친한계를 포용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 대선 패배 원인도 찬탄파로부터 찾았다.
장 후보는 "탄핵 과정에서 당론과 다른 결정을 함으로써 당을 지금의 상황까지 빠뜨린 분들이 있었다"며 "이런 이야기를 민주당 의원 50명, 100명이 하는 것과 국민의힘 의원 1명이 하는 것은 거의 맞먹거나, 오히려 이것(후자)이 우리 당을 더 위태롭게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 대표가 되자마자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반복적으로 당론을 거스르는 이들에 대해선 '결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용광로' 통합을 내세우는 김 후보는 친한계와 안·조 후보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다만 이는 당권을 쥔 뒤 이들을 실제 중용하겠다는 의지라기보다, '초박빙' 판세에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한 전략적 메시지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연장 가능성' 특검 대응에 대여 전면전…험로는 정해진 수순
누가 당대표가 되든 국민의힘이 걸어갈 길은 첩첩산중이다. 우선 여당이 공공연히 인력·기간 확충을 벼르고 있는 특검 수사 대응이 있다. 전대 도중 중앙당사 압수수색까지 당한 굴욕이 이번으로 끝날 리 만무한 탓이다. 민주당이 작정하고 '더 센' 특검법안을 밀어붙인다면, 소수야당으로서 이를 저지할 방도도 없다.
"내란 반성부터 하라"는 정청래 대표와의 전면전은 이미 정해진 수순이다. 김·장 후보는 원론적으로 협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민주당과 관계회복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진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후보는 전날에도 정 대표를 두고 "극좌 테러리스트, 반미주의자"라고 규정했고, 장 후보는 "손을 내민다고 해서 그런 제스처로 협치가 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힘의 균형이 이뤄졌을 때 협치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