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특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하루 만에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12·3 비상계엄 국면에서 법무·검찰의 책임 규명이 다음 수순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은 전날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자택과 법무부, 대검찰청, 서울구치소 등을 전방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미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마찬가지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적시됐다. 박 전 장관을 사실상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공범'으로 의심하는 것이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불법한 비상계엄을 막을 책임을 방기하거나 방조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부른 국무위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비상계엄 선포 전 윤 전 대통령에게 "문제점을 다 검토해 보셨느냐"며 반대 입장을 전했지만, 결국 계엄을 막지 못했다고 해명해 왔다.
특검은 계엄 당일 저녁 8시 30분쯤 대통령실에 도착한 박 전 장관의 반대가 형식에 그친 것은 아닌지 따지고 있다. 인권을 보호하고 법질서를 수호해야할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책임이 무겁다는 게 특검 시각이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열린 법무부 간부회의도 수사 대상이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 30분쯤 법무부 간부 10여명을 모아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의심을 받는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 대기를 지시하고, 교정본부에는 수용 여력을 점검하도록 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가담했다는 의혹도 영장에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계엄 이후 '체포 대상자'에 대한 출국금지나 포고령 위반자 수용을 준비한 것은 아닌지 특검은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의 지시가 포고령 집행을 전제로 한 것이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포고령은 국회와 정당의 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과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집회행위를 금하며,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친 뒤 박 전 장관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박 전 장관 측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어떠한 위법·부당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며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계엄 직후 열린 법무부 회의는 통상적인 대응 방안 논의에 불과했고, '검사 파견 검토'도 합수부 구성 시 인력 차출 필요성을 따져보라는 원론적 취지였다는 것이다. 또 "압수수색 영장 범죄사실에 직무 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는 물론, 계엄의 불법성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거나 긴급 출국금지 관련 내용은 일절 적시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으로도 확대됐다. 특검은 전날 심 전 총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계엄 당일 밤 법무부 회의 앞뒤로 박 전 장관과 심 전 총장이 세 차례 통화한 정황도 포착됐다. 박 전 장관 측은 앞선 검찰 수사에서 "검찰을 잘 챙기라는 취지였다"고 진술했지만, 특검은 계엄 상황에서 법무부와 검찰 수장이 주고받은 통화가 단순 당부를 넘어 검사 파견 논의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은 심 전 총장과 관련 지난해 12월 3일 대검 소속 검사가 국군방첩사령부 측과 연락을 나눈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로 출동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복수의 방첩사 요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계엄 선포 후 선관위에 곧 검찰과 국정원이 갈 것이고 이를 지원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검은 지난해 12월 입장문을 내고 "검찰은 방첩사 등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계엄과 관련한 파견 요청을 받거나 파견한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특검은 심 전 총장이 지난 1월 법원의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 이후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배경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 부장판사)가 올해 3월 구속취소를 결정한 후 검찰은 7일안에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 판단을 구할 수 있었지만 끝내 포기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5당과 시민단체는 심 전 총장이 즉시항고 권한을 남용해 검사의 직무를 방해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고, 특검은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해왔다. 특검은 압수한 심 전 총장의 휴대전화에서 당시 통화 내역과 지시 정황을 확인할 방침이다.
박 전 장관 수사가 확대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계엄 다음 날인 12월 4일 이 전 장관, 김주현 전 민정수석, 이완규 전 법제처장과 함께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했다. 다만 특검은 "안가 회동 자체가 범죄를 구성하지는 않는다"며 "정황적 자료나 참고는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이 회동 내용을 함구하고 있어,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른 혐의는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