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다음은 박성재·심우정…특검, '尹 석방' 의혹도 수사

특검, 한덕수 영장 이어 '법무·검찰 책임 규명' 본격화
박성재 '내란 중요임무 종사' 적용…尹 내란 '공범' 의심
합수본 검사 파견·교정본부 '수용 여력 확인' 의혹도
심우정 강제수사…尹 구속 취소 때 '즉시항고' 안 한 배경

12·3 비상계엄 사태에 가담·방조한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내란특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하루 만에 법무부와 대검찰청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12·3 비상계엄 국면에서 법무·검찰의 책임 규명이 다음 수순임을 공식화한 것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은 전날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자택과 법무부, 대검찰청, 서울구치소 등을 전방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이미 구속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마찬가지로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적시됐다. 박 전 장관을 사실상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공범'으로 의심하는 것이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당시 법무부 장관으로서 불법한 비상계엄을 막을 책임을 방기하거나 방조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박 전 장관은 계엄 당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부른 국무위원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수사 과정에서 비상계엄 선포 전 윤 전 대통령에게 "문제점을 다 검토해 보셨느냐"며 반대 입장을 전했지만, 결국 계엄을 막지 못했다고 해명해 왔다.
 
특검은 계엄 당일 저녁 8시 30분쯤 대통령실에 도착한 박 전 장관의 반대가 형식에 그친 것은 아닌지 따지고 있다. 인권을 보호하고 법질서를 수호해야할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책임이 무겁다는 게 특검 시각이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열린 법무부 간부회의도 수사 대상이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오후 11시 30분쯤 법무부 간부 10여명을 모아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의심을 받는다.
 
특검은 박 전 장관이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 대기를 지시하고, 교정본부에는 수용 여력을 점검하도록 해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에 가담했다는 의혹도 영장에 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윤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계엄 이후 '체포 대상자'에 대한 출국금지나 포고령 위반자 수용을 준비한 것은 아닌지 특검은 의심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심우정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특검은 박 전 장관의 지시가 포고령 집행을 전제로 한 것이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포고령은 국회와 정당의 활동 등 일체의 정치활동과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집회행위를 금하며,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특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친 뒤 박 전 장관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박 전 장관 측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어떠한 위법·부당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며 관련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계엄 직후 열린 법무부 회의는 통상적인 대응 방안 논의에 불과했고, '검사 파견 검토'도 합수부 구성 시 인력 차출 필요성을 따져보라는 원론적 취지였다는 것이다. 또 "압수수색 영장 범죄사실에 직무 유기와 직권남용 혐의는 물론, 계엄의 불법성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거나 긴급 출국금지 관련 내용은 일절 적시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으로도 확대됐다. 특검은 전날 심 전 총장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계엄 당일 밤 법무부 회의 앞뒤로 박 전 장관과 심 전 총장이 세 차례 통화한 정황도 포착됐다. 박 전 장관 측은 앞선 검찰 수사에서 "검찰을 잘 챙기라는 취지였다"고 진술했지만, 특검은 계엄 상황에서 법무부와 검찰 수장이 주고받은 통화가 단순 당부를 넘어 검사 파견 논의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은 심 전 총장과 관련 지난해 12월 3일 대검 소속 검사가 국군방첩사령부 측과 연락을 나눈 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로 출동했다는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복수의 방첩사 요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계엄 선포 후 선관위에 곧 검찰과 국정원이 갈 것이고 이를 지원하라는 명령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검은 지난해 12월 입장문을 내고 "검찰은 방첩사 등 어느 기관으로부터도 계엄과 관련한 파견 요청을 받거나 파견한 사실이 없다"며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특검은 심 전 총장이 지난 1월 법원의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 이후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배경도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 부장판사)가 올해 3월 구속취소를 결정한 후 검찰은 7일안에 즉시항고를 통해 상급심 판단을 구할 수 있었지만 끝내 포기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5당과 시민단체는 심 전 총장이 즉시항고 권한을 남용해 검사의 직무를 방해했다며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고, 특검은 사건을 이첩받아 수사해왔다. 특검은 압수한 심 전 총장의 휴대전화에서 당시 통화 내역과 지시 정황을 확인할 방침이다.
 
박 전 장관 수사가 확대될지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계엄 다음 날인 12월 4일 이 전 장관, 김주현 전 민정수석, 이완규 전 법제처장과 함께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했다. 다만 특검은 "안가 회동 자체가 범죄를 구성하지는 않는다"며 "정황적 자료나 참고는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이 회동 내용을 함구하고 있어,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른 혐의는 아직 포착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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