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책 탐독, 이시바 팁 전수…막판 의제 조율 '총력'[박지환의 뉴스톡]


[앵커]
이재명 대통령은 워싱턴에 도착해 우리 시간으로 내일 새벽 1시 15분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앞으로 우리 경제와 안보 상황에 있어 중요한 갈림길이 될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와 우리 준비 상황에 대해 알아봅니다. 정치부 오수정 기자 나와있습니다.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정상회담까지 8시간이 채 남지 않았네요. 일단 우리 측 준비 상황이 궁금합니다. 우리 정부에서는 관계 장관들과 경제사절단뿐만 아니라 비서실장을 비롯한 3실장이 총출동하면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고요.
 
[기자]
통상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가도 비서실장은 국내 상황을 챙겨 왔는데 강훈식 비서실장까지 주말에 미국을 찾았습니다. 다른 참모들과 달리 전용기가 아니라 민항기를 타고 급하게 이동했는데요. 강 비서실장은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한 마디라도 더 설득하기 위해서"라고 기자들을 만나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연합뉴스

[앵커]
지난주에 조현 외교부장관도 한일 정상회담을 건너뛰고 미국을 급하게 찾았거든요. 외교장관은 원래 정상회담에 배석하는 게 통상적이기 때문에 일본을 건너뛰고까지 미국에 가야 하는 일이 벌어진 것 아니냐, 이상기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었죠.
 
[기자]
미국 측 압박이 거센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지난달 한미 관세협상에서 우리가 15%의 상호관세를 받는 대신 미국에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기금 조성을 약속했었죠. 미국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과 함께 직접 투자의 비중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소고기와 쌀 등 민감품목에 대한 수입 확대도 미국 측이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이런 미국 측의 요구에 대해 이 대통령은 앞서 리포트에서 들으신 것처럼 "기존 합의를 뒤집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일방적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을 저희가 쉽게 '바꾸자니까 바꾸겠습니다'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싶습니다. 요구한 바대로 다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최대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앵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꼽히는 게 바로 동맹 현대화로 표현되는 안보문제라고 볼 수 있겠죠.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양국의 이견이 새어나오는 것 같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를 조정하는 내용을 포함하는 동맹 현대화 또한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실 이 동맹 현대화 부분에 있어서 한국과 미국의 구상은 '동상이몽' 격입니다. 우리 정부는 안보와 경제, 기술협력에 있어서 동맹을 발전시켜나가자, 특히 미국 측에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서 기술 분야의 협력도 가능하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생각은 다르죠. 국방비 증액과 함께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통해 중국 견제에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대통령은 오늘 기내 간담회에서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미국과 이견이 있음을 인정했는데요. 이 부분 직접 들어보시죠.
 
[이재명 대통령]
"다만 유연화에 대한 요구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문제라서 어쨌든 주한미군의 미래형 전략화, 그런 얘기는 우리 입장에서도 필요해요. 그런데 쓰는 단어들의 의미들이 조금씩 다르죠."
 
[앵커]
아무래도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의 역할이 변화했을 때 대북억지력이 약화될 수 있고, 무엇보다 가까운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정학적으로 또 경제적으로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하는 우리 입장에서 미국에 발맞춰 중국 견제에 동조하는 것처럼 비추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데요.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 이륙 뒤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공군 1호기 기내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이 대통령도 기내 간담회에서 한미동맹이 매우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중요 국가와의 관계를 단절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중국 견제 흐름에 어느 정도 호응하면서도 중국에 대한 노골적인 언급을 피하는 모호한 합의가 중요해보입니다.
 
[앵커]
그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난 세계 각국의 정상들을 보면 면전에서 면박을 당한다든지 당황스러운 모습들이 많이 있었잖아요. 이 부분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준비를 해왔다고요.
 
[기자]
외국 정상과의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회담의 앞부분을 언론에 그대로 공개한다는 겁니다. 모두발언을 한 뒤 취재진에 퇴장을 요구할 때까지 언론의 질문도 받는데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오른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돌발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점검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 주말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았고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저서를 탐독해가며 정상회담을 꼼꼼히 준비했다고도 직접 언급했는데요.
 
[이재명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협상하는지를 협상의 기술, 거래의 기술에 다 써놨더라고요. 예정보다 소인수 회담이 길어진 이유는 사실 거의 대부분 미국과 협상 얘기를 하느라고 지연됐습니다. 아주 자세한 얘기를 해주셨는데…"
 
[기자]
이번 회담에서는 주미대사로 내정된 강경화 전 외교부장관도 배석할 것으로 전해집니다. 강 전 장관은 문재인정부 시절 모든 한미 정상회담에 배석한 '트럼프 전문가'로 분류되기도 하죠.
 
저희가 취재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기존 정상외교의 문법을 깨는 트럼프식 회담에 대해서 "마치 TV쇼 무대에 출연하는 것처럼 트럼프를 띄워주되 디테일한 부분을 실무협의를 통해 마무리하는 전략"을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죠. 오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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