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차 상법 개정에 이어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골자로 한 2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데 대해 경제계가 깊은 유감을 표하며 부작용 최소화를 위한 보완 입법을 촉구했다.
한국경제인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한국무역협회·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는 25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지난 7월 1차 상법 개정 이후 불과 한 달 만에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추가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이번 상법 개정으로 경영권 분쟁 및 소송 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회는 입법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균형 있는 입법에 힘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8단체는 또 "우선 투기자본의 경영권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기업 활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의 경영권 방어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며 "기업이 미래를 위해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경영 판단 원칙'을 명문화하고, 배임죄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기업이 혁신과 성장에 매진할 수 있도록 경제형벌과 기업규모별 차등규제·인센티브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나갔으면 한다"고도 제안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은 지난달 3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이은 추가 개정안이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 선출을 기존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재계에선 한 달 사이 두 차례에 걸친 상법 개정,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이 잇따라 통과한 것과 관련해 기업 경영권이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최준선 명예교수가 이번 개정안 적용 대상 기업의 주주총회 이사 선임 과정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이사 수를 7명으로 가정했을 때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확보할 수 있는 이사 수는 2~3명에 불과했다. 반면 2대 주주 이하 주주들이 선임할 수 있는 이사 수는 4~5명이다. 개정안 통과 이후 최대 주주 측의 의사에 반한 의사 결정이 가능해지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대한상의가 30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동시에 반영될 경우 경영권 위협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74%에 달하기도 했다.
특히 현행 배임죄 조항은 주요국에 비해 지나치게 무거운 처벌, 모호한 구성 요건 등을 문제삼고 있어 재계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영진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를 했을 때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재계는 경영 판단 원칙을 언급하면서 경영진이 충분한 정보를 근거로 주의 의무를 다해 경영상 결정을 내린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의무 위반으로 보지 않는 취지에서 배임죄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