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4일 한미 관세협상에 농축수산물을 포함시키자는 미국 측의 요구에 대해 "일단 한 합의를 그렇게 쉽게 바꾸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일본 방문 일정을 마친 후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우리 입장에서도 대한민국에 유리한 새 의제를 제기하거나 기존 합의를, 쉽지는 않지만 우리에게 유리하게 바꾸려는 노력을 한다"면서도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협상이 체결돼서 각 국가의 국회 승인을 받아 정식 조약으로 도장을 찍은 다음에도 언제든지 '이것이 불만이니 바꾸자'는 요구가 있을 수 있다. 실제 트럼프 1기 때 일부 바꾸기도 했다"며 "지금도 이번 협상 결과가 대한민국에게 유리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미국 측의 시각이 분명히 있고, 그래서 좀 바꾸자는 요구도 미국의 각 부처 단위에서 생겨나고 있다"고 현상황을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우리의 기본적 입장은 그런 문제도 다 당시에 함께 논의됐던 것이고, 이미 큰 합의를 했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발표를 했다는 것"이라며 "이미 큰 합의를 한국과 미국 대통령이 상호 승인해서 그 내용들이 정해졌는데, 일방적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을 저희가 쉽게 '바꾸자니까 바꾸겠습니다'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싶다"고 거듭 난색을 표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어떻게 대비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교에 있어서 여유가 좀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과할만큼 국가 중심적, 자국 중심 시점"이라며 "우리 역시도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데 과거보다 몇 배 더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가 요구하는 대로 미국이 다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국익이 훼손되지 않도록, 국익이 최대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어렵다"며 "입지가 과거보다는 많이 어려워진 것이 객관적으로 사실인데, 그런 어려움조차도 이겨내고,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고, 더 나은 상황을 만드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의제와 관련해서는 "여러분들도 대충 짐작하시는 것이다. 안보 문제, 국방비 문제, 관세협상 문제, 또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예측되고 있다"며 "정상회담에서는 그 자리에서 갑자기 얘기되는 사안들은 크게 많지는 않다"고 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스타일을 묻는 질문에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협상하는지를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 다 써놨더라"며 책을 통해 스타일에 대한 대비도 했음을 시사했다.
미국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자신이 친중 인사라는 프레임에 대해서는 "외교에서 친중, 혐중이 어디 있느냐"며 "대한민국 국익에 도움이 되면 가깝게 지내는 것이고, 도움이 안 되면 멀리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외교의 기본은, 근간은 한미동맹"이라며 "우리가 자본주의 시장의 경제 체제에 있기 때문에 이 가치와 질서, 시스템을 함께 하는 쪽과의 연합과 협력은 당연히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그렇다고 해서 중국과 절연할 것이냐, 절연하고 살 수 있겠느냐. 절연 안 하는 것을 '친중이다'라고 한다면 그런 의미의 친중이라면 해야 한다"며 "어느 국가와의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해 어느 국가는 완전 배제하거나 절연해서 적대적 관계로 전환할 필요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준이 뭐냐고 한다면 그야말로 국익이고, 판단의 기준은 우리 국민의 삶의 질, 국민들의 삶의 조건이 되지 않겠냐"며 "친중, 친북, 친러, 잘하면 친공(공산주의)까지 나올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데 너무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대한민국은 특정 몇몇 국가와만 외교해서는 살 수가 없는 나라"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앞서 만난 일본의 이시바 시게루 총리에 대해서는 "매우 우호적으로 대한민국과 미국과의 협상에 대해 많은 조언을 해줬다"며 "예정보다 소인수 회담이 길어진 이유는 사실 거의 대부분 미국과 협상 얘기를 하느라 지연이 됐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공동언론발표문에 과거사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지 않은 데 대해서는 "일이라고 하는 것이 한꺼번에, 우리가 만족할 수준으로 완전하게 다 해결되면 가장 좋지만 세상에 그런 일은 없다. 언제나 상대가 있기 마련"이라며 "과거사 문제나 영토 문제는 분명히 있고 시정해야 도지만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고 경제, 안보, 기술협력, 기후, 사회, 국민들 간 교류 협력 문제를 다 팽개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이어 "소위 투트랙으로 가야 된다. '해결할 일은 해결할 문제로, 또 진취적으로 해 나가야 될 문제는 해 나가야 할 문제대로 하자', 그게 대체적 입장"이라며 "서로에 대한 배려를 키워야 한다. 지금은 비록 적게 시작하지만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면, 배려가 깊어지면,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훨씬 더 전향적 조치가 가능하다"고 기대했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에 대해서는 "국민의힘이 전당대회를 해서 상당 부분이 거기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제가 하는 국정에 대해서 국민들 일각에서 상당히 비판적 시각을 가진 것도 인정한다"면서도 "세금 없는 것이 제일 좋다. 그래서 세금 없애주겠다고 하면 인기가 높아지겠지만 결국 그러다가 나라 살림이 망가지기도 하지 않나. 그렇게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인기 영합책에 신경 쓰지 않을 뜻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생각을 한다. 대한민국이 국력을 키워야 진정으로 국민의 삶을 제대로 보장하고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겠다"라며 그러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24일 오후(현지시간)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통해 미국으로 입국했다. 25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