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결선에 진출한 반탄(탄핵 반대)파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서로 다른 표심 공략 전략을 내세우며 치열한 경쟁에 돌입했다. 특히 컷오프된 안철수·조경태 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 지지층의 선택이 향후 판세를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전날부터 이어진 이틀간의 당대표 결선 투표를 25일 마무리하고, 당원 투표 80%와 국민여론조사 20%를 합산해 26일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
김·장 두 후보는 모두 반탄파로 분류되지만, 결선 전략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김 후보는 찬탄(탄핵 찬성)파까지 포용하는 '통합'을, 장 후보는 강경한 반탄(탄핵 반대)파 결집을 강조하는 '선명성'을 내세웠다.
김 후보는 결선 돌입 직후 'GO TOGETHER(함께 가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찬탄파 표심 흡수에 집중했다. 그는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모든 당원과 의원들을 설득해 단일대오를 세우는 일"이라며 찬탄 세력과도 손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전당대회 다음날 결선에 탈락한 안철수 의원과 회동을 가졌고, 대대적 인적 쇄신론으로 당내 주류 반발을 불렀던 조 후보에 대해서도 "(장 후보처럼) 암세포 자르듯 잘라내야 된다는 것은 과도한 발언"이라며 품고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동훈 전 대표를 향해서도 "우리 당의 자산"이라고 추켜세우고, 차기 선거 공천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해당 지지층에 손을 내밀었다.
이같은 행보는 인지도 측면에서 장 후보보다 우위에 있지만, 원내 기반이 약한 김 후보가 취약점을 보완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영남권을 중심으로 소위 친윤(親 윤석열)계로 불리는 의원 60여 명은 대부분 장 후보를 지지하는 걸로 안다"며 "이번 결선은 단순한 당대표 선출이 아니라 주류 세력이 당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으려는 싸움"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가 표를 얻을 수 있는 곳은 결국 친한(親한동훈)계와 안·조 후보 지지 그룹"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동훈 전 대표도 '김문수 대 장동혁' 결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최악을 피하게 해달라"며 당원들의 결선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올려, 김 후보 지원 신호를 보냈다는 해석을 불렀다.
한 친한계 인사는 "장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당은 깨진다"며 "우리(친한계)는 아마 출당될 것 같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반대로 김 후보는 친윤계와 싸워야 하는데 연합 전선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안 후보와도 만나는 것"이라며 "적대국과도 정상회담은 하고, 악수하고 사진은 찍잖느냐. 상호 협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장 후보는 "찬탄파와는 함께할 수 없다"며 선명성 전략을 내세워 강성 지지층 결집에 집중했다.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과 관련해 찬탄파 기용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고, "탄핵 때 당론을 어긴 분들을 품을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극우 세력까지 아우르는 선명성을 앞세워 반탄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결선 진출자와 최고위원 당선인 4명 중 3명이 반탄파였던 압도적 반탄 지지세를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반탄파 여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한길씨 등 극우 성향 유튜버들도 장 후보의 지원 세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원내 친윤계 주류 의원의 지지를 발판 삼아 반탄 세력을 구심점으로 당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읽힌다. 국민의힘 주류로 분류되는 한 중진 의원은 "한 전 대표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는 (김 후보의 포용 전략이) 악재가 될 수도 있다"며 "당심은 장 후보가 우세하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다만 의원들의 지지가 실제 표심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모바일·ARS 투표 방식이 정착돼, 과거처럼 의원이나 시·도 당협위원장의 동원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거친 김 후보가 전국적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일반 당원층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60~70대 당원들에게는 김 후보가 더 익숙하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다.
이번 당대표 결선은 차기 주류 재편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더 큰 함의를 가진다. 김 후보가 당선될 경우, 친윤 주류 일변도의 구도에 제동이 걸리며 비주류의 공간이 넓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한다.
반대로 장 후보가 승리할 경우, 친윤 주류의 영향력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당 노선이 지나치게 강경화·극우화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이를 의식한 견제 표심이 작동할지 주목된다.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당대표 결선투표 최종 모바일(온라인) 투표율은 39.75%로, 본경선 같은 시간대(37.51%)보다 소폭 높게 집계됐다. 모바일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선거인단을 대상으로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ARS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