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출소한 이후 자숙 없이 광폭 행보를 이어가자,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언론 인터뷰나 유튜브 출연 등 활발한 공개 활동은 물론, 이른바 '된장찌개 논란' 등 구설수까지 휘말리면서 이를 사면해준 이재명 정부에 부담만 주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에서 공개적으로 조 전 대표에게 '자중'을 촉구했지만, 조 전 대표는 주말 문재인 전 대통령 예방을 시작으로 다음 주 호남을 도는 등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갈 예정이다.
조국, 출소 10일도 안됐는데…
조 전 대표는 24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25일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할 계획이다. 이후 26일 광주, 27일 전남 담양 및 전북, 28일 전북을 순회한다.
지난 15일 광복절 특사로 출소한 지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조 전 대표의 광폭 행보는 출소 직후부터 이어졌다. 연달아 언론 인터뷰에 나서는가 하면,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등 유튜브 출연도 서슴지 않아왔다. 지난 18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를 맞아 공개 참배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대표가 "몇 번의 사과를 한다고 해서 2030이 마음을 열겠나"라는 발언을 하면서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여기서 또 사과를 한다고 2030의 마음이 당장 풀리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었지만, 야권에선 "이래서 사면하면 안 됐다. 진지하게 반성 않는 모습"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페이스북에 올린 '된장찌개'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조 전 대표가 '가족 식사'라는 짧은 문구와 함께 된장찌개를 끓는 영상을 올렸는데, 해당 음식점이 강남의 한 고급 한우전문점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서민 코스프레", "조국다운 위선"이란 지적이 나왔다.
불만 폭발 與 "개선장군인가…자숙·성찰해야"
조 전 대표 사면 이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기 시작했고, 부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로 '특별 사면'이 꼽히면서 민주당에선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조 전 대표가 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하락에 자신의 사면이 미친 영향을 두고 "n분의 1"이라고 한 것이 불을 지폈다. 지지율 하락이 본인만의 탓은 아니지 않느냐는 취지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조 전 대표의) 'n분의 1' 발언에 당내에 불편해 하는 분들이 계신다"며 "사면 자체에 대해 대통령의 부담이 상당했을텐데 조 전 대표가 평가를 박하게 하는 게 아니냐는 느낌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조 전 대표 사면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라며 "이재명 정부 최초로 사면으로 복귀한 정치인으로서, 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만큼 조금 신중한 행보를 하시는 게 좋겠다"고 했다.
강득구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 전 의원이 특별 사면으로 석방된 지 이제 겨우 일주일이 지났다. 그런데 몇 개월이나 지난 것 같다"며 "조 전 의원을 면회하고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사면을 건의했던 당사자로서 지금의 모습은 당혹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모습이 국민들에게 개선장군처럼 보이는 것은 아닐지 걱정스럽다"며 "적어도 지금의 모습은 아닌 것 가다. 보편적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다. 조금은 더 자숙과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겸허하게 때를 기다려달라"고 강조했다.
조국 "나에겐 당 활성화 책무"…마이웨이 고집
조 전 대표는 22일 라디오에서 '나오자마자 정치권에 복귀하냐는 비판을 하는 분들도 있다'는 질문에 "'천천히 가라', 이런 말씀도 있는데 제가 충분히 받아들이면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답했다. 계속 '마이웨이'를 고집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혁신당은 민주당과 달리 신생 소수 정당"이라며 "제가 당을 만든 사람이자 책임자로서, 민주당 같이 조직이 방대하다면 모르겠지만 작은 정당이기 때문에 제가 대표적 인물로 나서서 열심히 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충언을 주신 분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저로서는 당을 다시 활성화시켜야 할 책무가 있고 그런 점에서 이렇게 뛰고 있다는 것을 양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조 전 대표가 민주당의 만류에도 광폭 행보를 이어가는 배경을 두고 내년 예정된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대비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