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지역에 '극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사상 처음으로 제한급수에 돌입한 반면, 인근 지자체인 속초에서는 23일 전국에서 수만 명이 몰리는 물 축제인 '워터밤 속초 2025'가 개최된다.
올 여름 최악의 가뭄이 지속되면서 강릉의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18.3%로 전날 19% 보다 0.7%p 하락하며 역대 최저치를 또 다시 경신했다.
이는 지난 1977년 저수지 조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로 강릉의 가뭄 단계는 지난 21일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올 들어 6월(2.22~8.21)까지 강릉지역에 내린 비는 386.9mm로 평년 783.8mm의 49.4%%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현재 저수량 기준으로 사용 가능 일수가 20여 일에 불과한데다 이달 말까지 이렇다 할 비 소식도 없어 급수 자체가 중단되는 것 아니냐는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릉지역의 한 커뮤니티에는 "결국 단수까지 걱정해야 하나. 살다살다 태풍이 기다려지기는 처음. 빨간 다라이 미리 챙겨야 하나. 제발 비가 오기를 기원합니다" 등의 단수를 걱정하는 게시글과 댓글들이 잇따라 게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가뭄 극복을 위해 물 절약에 동참하자는 글들도 다수 올라와 있다.
이에 강릉시는 가뭄 극복을 위해 지난 20일부터 계량기 50%를 잠그는 제한급수를 시행하는 등 대응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시는 단계적으로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15% 미만으로 떨어지면 75%까지 잠그고, 농업용수는 공급을 중단한다. 바닥이 드러날 경우 세대 당 일일 2ℓ 생수 배부와 전 지역 운반급수를 시행할 계획이다. 또한 연곡정수장의 물 3천 톤과 인근 지자체 등에서 하루 1200톤의 물을 운반급수로 지원받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생활용수를 확보하기 위한 단기 대책으로 오봉저수지 상류 구간부터 도마2보까지 연장 2.7km의 하상 정비사업에 돌입했으며, 남대천에서 하루 1만톤의 물을 오봉저수지로 공급하는 용수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강릉시는 지난 22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오봉저수지를 방문해 가뭄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에서 시의 대응 현황을 브리핑하고 향후 정부 지원 사항을 건의했다.
이날 현장 점검에는 환경부 물관리정책실장, 원주지방환경청장, 한국농어촌공사 등 관계 기관이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시는 전 가구 계량기 50% 잠금 제한급수 시행, 공공시설 수압 조절, 공공수영장 휴관 등의 절수 대책과 함께 인근 지자체와의 협력, 보조수원 활용 등을 통해 하루 약 3만 7천 톤의 원수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장기적인 가뭄 대응을 위해 △운반급수 예산 지원 △오봉저수지 사수위 이하 생활용수 공급 시설사업 지원 △연곡–홍제 간 송수관로 복선화 △공공하수처리수 재이용사업 국가계획 반영 등을 환경부와 강원도에 건의했다.
김홍규 시장은 "가뭄 장기화로 시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생활·농업용수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근본적인 가뭄 해소를 위해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범시민 물 절약 운동과 중앙정부 및 강원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가뭄 위기 극복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강릉과 인접해 있는 속초에서는 이날 오후에 열리는 대형 물 축제인 '워터밤 속초 2025' 개최를 통한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이날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한화리조트 설악 일원에서 진행하며 에픽하이, 소유, 청하, 이영지, 프로미스나인 등 인기 아티스트 12팀이 무대에 오른다.
워터밤은 물과 음악이 결합된 공연 콘텐츠로 매년 여름 국내외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대표적인 뮤직 페스티벌이다. 수도권 젊은 층까지 끌어들이는 EDM 공연과 물놀이 행사가 결합된 축제로 수만 명의 관광객이 속초를 찾는다. 3년 연속 속초에서 개최하는 만큼 속초시는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효과 창출을 목표로 전방위적 대응에 나섰다.
시는 이 같은 대형 민간 행사를 지역 상권과 연계한 실질적 지역경제 활성화 기회로 삼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지난 6일 사전 간담회를 시작으로, 지난 13일에는 경찰과 소방, 기획사 등 관계기관과 대책회의를 열고 공연장 안전관리부터 교통 혼잡, 소음 민원, 응급의료 대응까지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점검했다.
앞서 속초시도 지난 1995년부터 2018년까지 총 8회나 제한급수를 실시하는 등 동해안에서 대표적인 가뭄 지였이었다. 가장 최근 제한 급수를 실시한 2018년 2월에는 밤 시간대 시 전역 제한 급수와 아파트 격일제 급수 등을 시행하며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다
당시 화장실 사용과 세탁, 설거지를 비롯해 마실 물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으며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물 문제와 관련해 지자체의 책임을 묻는 글이 올라올 정도였다.
이후 속초시는 '물 자립 도시'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며 특히 쌍천 지하댐 건설에 나섰다. 지난 1998년 만들어진 제1 지하댐에 이어 2021년 12월 지하 26m 깊이에 길이 1.1㎞, 높이 7.7m의 제2 지하댐을 준공했다. 이를 통해 약 63만톤 가량의 물을 저장할 수 있어 가뭄에도 물 걱정을 덜게 됐다.
속초시 관계자는 "제2 지하댐과 암반관정을 통해 비상급수 시 3~4개월 동한 시민과 관광객에게 물을 공급할 수 있다"며 "현재 쌍천 취수장 수량도 넉넉해 가뭄이 지속되더라도 연말까지 물 부족 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강릉에서도 가뭄 대책으로 연곡면에 지하수 저류댐을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완공은 오는 2027년으로 예정돼 있다.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면서 강릉단오제보존회와 시민단체 등이 이날 오전 대관령 국사성황사에서 기우제를 봉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