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이른바 반탄(탄핵 반대) 인사들이 크게 승리했다.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나란히 당대표 결선에 진출했고,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반탄파인 신동욱·김민수·김재원 후보가 당선돼 찬탄(탄핵 찬성) 진영을 압도했다.
찬탄 인사는 최고위원에 당선된 양향자 후보와 청년최고위원에 선출된 우재준 의원뿐으로, 전체 지도부 구도는 반탄이 주도권을 쥔 형국이다. 특히 찬탄파 안철수·조경태 당대표 후보가 모두 탈락하면서, 조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거절한 안 후보의 책임론까지 제기됐다.
당대표도 최고위원도…새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서 '반탄 압승'
국민의힘은 23일 김문수·장동혁 후보 간 TV토론회를 진행한 뒤, 결선 투표를 거쳐 26일 오전 국회에서 최종 당대표를 확정 발표한다.전날 충북 청주 오스코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았고, 2위 안에 이름을 올린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다. 당대표 본경선은 당원투표 80%와 일반국민여론조사 20%를 합산해 집계됐으며, 순위와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김·장 두 후보 모두 윤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했던 인물들이다. 반면 안·조 후보는 당내 혁신과 인적 쇄신을 주장하며 외연 확장을 강조했지만, 강성 당심을 뚫지 못했다.
김 후보는 결선 진출 직후 "이재명 독재 정권을 끝장내자"며 "우리 당을 강력하게 투쟁하는 정당으로 만들자.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지켜내자"고 이재명 정부를 강하게 겨냥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했다.
장동혁 후보는 "국민의힘이 분열을 안고 갈 것인지, 내부총질자를 정리하고 단일대오로 갈 것인지 그 선택이 남아있다"며 '김 후보의 용광로 정당'과 차별화를 꾀하며 강성 지지층에게 호소했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반탄 성향이 강세였다. 현역 국회의원인 신동욱 후보가 17만 2341표를 얻어 1위에 올랐고, 김민수 후보가 15만 4940표, 김재원 후보가 9만 9751표를 얻어 당선됐다. 찬탄파 양향자 후보가 10만 3957표로 유일하게 최고위원 자리에 올랐다. 최고위원 4명 가운데 3명이 반탄으로 분류되며, 당 지도부의 무게추가 완전히 반탄 쪽으로 기울었다.
청년최고위원 선거는 접전 끝에 찬탄 성향의 현역 국회의원인 우재준 후보가 20만 4627표로, 반탄 성향 원외 인사인 손수조 후보(20만 740표)를 불과 3천여 표 차로 따돌리며 간신히 당선됐다.
'탄핵 트라우마'가 지배한 당심…'찬탄 단일화' 불발에 安 책임론도
이번 결과는 국민의힘 내에서 여전히 '탄핵 트라우마'가 당심을 강하게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책임당원 투표 비율이 80%에 달하는 본경선 구조에서 반탄 후보들이 압도적으로 선전했고, '합리적 보수'를 내세운 찬탄 후보들은 지지층 결집에 실패했다.김문수 후보는 "북한에 3조 이상 돈 줘서 핵무기를 개발한 더불어민주당을 해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장동혁 후보는 "지금은 장동혁이 답입니다. 장동혁을 선택하는 것은 국민의힘의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두 후보 모두 강경 대여 투쟁을 전면에 내세우며 보수 강성 당심에 호소했다.
이에 비해 안철수 후보는 중도·수도권 확장을 강조했지만 당심 약세를 극복하지 못했고, 조경태 후보는 '혁신 단일화'를 제안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조 후보의 단일화 제안을 거절한 안 후보를 향해 책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단일화해서 구도를 흔들지 못하고 각개약진을 고집하다가 결국 두 찬탄 후보가 모두 탈락한 건 예견되 결과였다"며 "안 후보는 자기희생을 거부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당내에서는 결선 구도가 반탄 후보 간 맞대결로 굳어진 만큼, 새 지도부가 강경 대여 투쟁 노선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장 두 후보 모두 윤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책임론을 강조하면서, 헌정 질서 파괴의 주체가 민주당이라는 주장을 이어왔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역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이 때문에 당내 찬탄파 인사들과의 갈등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국민의힘 한 친한(親한동훈)계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생각보다 극우의 목소리가 많이 반영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합리적 보수층이 당 상황에 실망해 투표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당이 건강해야 민주당도 건강하게 견제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찬탄파 후보와 반탄파 후보가 1대 1로 맞붙은 청년최고위원 선거에서 우재준 의원이 당선된 것은 당원들이 당의 변화와 쇄신을 위한 최소한의 보루를 남겨두는 집단지성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김문수·장동혁 당대표 후보의 결선 진출, 전한길씨가 '배신자'로 지목한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의 낙선은 국민의힘의 '당심의 중앙값'이 '민심의 중앙값'과는 아직 적지 않은 거리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국민의힘은 결선 투표를 통해 새 지도부를 확정하게 되지만, 당대표 결선 구도가 이미 반탄 후보 간 대결로 고착된 만큼 강경 노선 일변도 속에 당 외연 확장과 내홍 수습이라는 과제가 동시에 제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