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취임 후 첫 일본 방문 길에 오른다. 동맹국인 미국과의 외교라는 공동의 숙제를 안고 있는 양국 정상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일 관계의 개선과 더불어 각자의 이익 추구에도 나설 전망이다.
美앞서 日향하는 李대통령…한미회담 앞 '레버리지'
이 대통령은 23일 오전 출국해 일본 도쿄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방미에 앞서 일본을 방문하게 된다.이 대통령이 미국에 앞서 일본을 먼저 방문하게 된 데는 여러 원인이 작용했다.
우선, 이 대통령으로서는 한일 정상회담을 한미 정상회담의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일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 정치권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이 대통령의 친중 성향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태평양의 역내 동맹국들인 한국과 일본이 협력적인 모습을 연출할 경우 이 지역 안보문제에 부담을 던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보다 우호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제기된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은 급변하는 국제 관계 속에서 유사 입장을 가진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라며 "특히 변화하는 주변 정세라든가 또 미국발 새로운 무역 통상 질서는 한일 간의 더 많은 전략적 소통의 필요성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보다 먼저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한 일본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도 방일을 먼저 하는 것의 장점으로 꼽힌다.
'성과' 필요한 이시바…과거사 향한 진정성이 변수
이시바 총리도 이 대통령과의 유의미한 외교 성과가 필요하다.
총리직 유지 여부가 관건이 될 정도로 국내 입지가 좋지 않아진 이시바 총리는 이 대통령과의 회담을 지지율 반등의 기회로 삼고 싶어 한다.
지난 6월 캐나다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과 회담을 가지며 인연을 만든 이시바 총리는 우리의 광복절, 일본의 패전일을 맞아 '반성'을 언급하며 화해 무드를 조성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미국에 대한 공동 대응 의식도 있겠지만, 이시바 총리로서는 국내 정치 또한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한일 관계가 보다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야스쿠니 신사 공물 봉납, 진심어린 사과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부분에 대해 얼마나 변화의 노력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다.
아산정책연구원 양욱 연구위원은 "사과 등을 일본에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외교에 나선 만큼 실제 성과도 있어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한일이 같이 대응할 수 있는 기반만 마련하더라도 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굉장히 성공한 회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