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주요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안보보장 조치로 루마니아 주둔 나토(NATO) 공군기지에 미 F-35 전투기를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유럽 고위 군사 책임자들이 이같은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는 러시아가 재침공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과의 백악관 회동에서 "미군 지상군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할 수는 없다"면서도 안보보장 차원에서 '공중 지원'을 제공할 의향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을 비롯해 영국·독일·프랑스·핀란드·이탈리아 군 수뇌들이 워싱턴에서 모여 미국의 지원 범위와 운용 방식을 협의했다.
현재 나토는 루마니아 미하일 코걸니차누 공군기지를 거점으로 정찰기를 띄워 흑해 상공을 감시하고 있다. 이곳은 과거 이라크전 당시 미군이 핵심 허브로 활용했던 곳으로, 만약 미 전투기가 전진 배치된다면 이 기지가 유력 후보로 꼽힌다고 매체는 전했다.
유럽 측은 전투기 배치 외에도 △우크라이나 영토 내에서 미국 위성 정보 활용 지속 보장 △패트리엇·나삼스(NASAMS) 등 방공체계 추가 공급 △흑해 상공 정찰 임무 확대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영국 공군은 이미 RC-135 정찰기를 운용해왔으나, 이 역시 미국의 승인이 있어야 가능한 상황이다.
'의지의 연합(coalition of the willing)' 구상도 재점화되고 있다. 영국은 우크라이나 서부에 타이푼 전투기와 3천~5천명 규모의 병력을 투입해 현지 군 훈련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프랑스·캐나다·호주 역시 유사한 파병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러시아는 서방의 군사 개입 확대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 지원 문제에는 모스크바와 베이징이 거부권을 가져야 한다"며 나토 차원의 안보보장 논의는 "막다른 길에 다다른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