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시 내 설치된 액비저장조의 방치율이 약 41%를 기록했다. 농업 환경의 변화로 액비저장조의 효용 가치가 떨어진 결과다.
이런 가운데 설치부터 철거까지 예산이 투입해도 즉각적인 해결 방안이 없어 '골칫덩이'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가 외면…정읍 내 액비저장조 미이용 121개
규격에 따라 다르지만, 액비저장조는 설치비 약 2억 원이 소요된다. 정읍시의 경우 자부담 30%로 나머지 비용은 시의 예산으로 설치된다.전북 정읍시 '액비(액체 상태의 비료, 물에 녹여 사용하는 농업용 자재)저장조 가동상황'을 살펴보면, 지난 7월 기준 총 295개 중 121개가 파손과 노후화 등의 이유로 방치됐다.
나머지 액비저장조 174개는 여전히 농가에서 이용 중이지만, 그마저도 68개는 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시에 따르면 액비저장조는 떨어진 경제성과 액비 수요 감소 등의 이유로 농가의 외면을 받고 있다.
과거 화학비료 가격이 비싸 액비가 대체재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화학비료 보조나 가격 안정화 정책 덕에 상대적으로 필요성이 줄었다.
특히 액비 저장과 살포를 위해 사비를 들여 액비살포기와 같은 장비와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이를 전문 업체에 모두 맡기는 게 경제적이라는 설명이다.
또 액비는 주로 논에 사용되지만 쌀 재배 면적이 줄어들면서 액비 수요도 감소하는 추세다. 액비저장조를 통해 발생하는 악취에 관련한 민원 역시 해묵은 문제다.
설치-슬러지 제거-철거 예산 '삼중고'
이처럼 농가의 외면을 받는 탓에 시는 액비저장조 철거 사업을 독려하고 있다. 시는 미이용 액비저장조를 철거하기 위해 지원사업(1억 9천만 원)을 운영하고 홍보하고 있다.다만 설치부터 철거 단계까지 매번 예산을 투입해야하는 실정인데다, 특히 농가가 자부담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철거가 불가능한 탓에 액비저장조는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
우선 철거를 위해선 액비저장조 내 슬러지(처리시설에서 발생하는 침전물)를 제거해야한다. 이 역시 소유 농가의 자부담(50%)과 시의 예산 지원(50%)으로 이뤄진다.
또 슬러지를 제거한 후 실제 철거를 진행할 때 역시 자부담 비용과 시의 예산이 필요해 액비저장조의 속도감 있는 철거는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정읍에서 액비저장조를 사용 중인 A씨는 "액비저장조 내 가스 등 침전물(슬러지)을 해마다 관리하기 어렵다"며 "전문 업체를 불러 슬러지를 제거해야하는 데 이마저도 비용이 많이 들어 특별한 용도 없이 놔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읍시 관계자는 "방치된 액비저장조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철거를 하려 해도 강제적으로 농가에 비용을 청구할 수 없어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