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주요 유럽 정상들이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식 완충지대(Korean-style buffer zone)' 구상이 의제로 올랐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일간 라스탐파는 유럽연합(EU) 소식통을 인용해 다국적 군이 관리하는 '한국식 완충지대'가 논의의 핵심 주제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라스탐파는 "미국은 러시아 억제를 위해 미군의 군사, 병참, 기술 지원 아래에 다국적·EU 군대가 보호하는 안보 통로(조성)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수십 년간 지속된 한반도의 불완전하지만, 현실적인 현상 유지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고 짚었다.
라스탐파는 "한반도에서는 70년 넘게 무장 휴전이 유지돼 왔다"며 이 사례가 이번 논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참고가 된다고 설명했다. 동유럽에 수백㎞ 길이의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다국적 관측소 및 교전 규칙을 마련하는 방안이 협상 테이블에서 논의돼야 한다는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이미 우크라이나 서부에 군을 파견할 의사를 밝혀 이 구상은 단순한 가정이 아니라 현실성이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다만 미국의 직접적 지원이 없을 경우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만일 우크라이나 국경에 완충지대가 생기면 "군사적으로 보호되는 공간일 뿐만 아니라 디지털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감시)되는 지역이 될 것"이라고 라스탐파는 전했다.
이를 위해 기술적 측면에선 위성 이미지와 드론 감시 정보 등을 결합해 적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병력 배치를 실시간으로 조정하는 미국 인공지능(AI) 방산업체 팔란티어의 시스템이 도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를 통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에 대한 러시아의 반대를 부분적으로 완화하고 지상에 필요한 인력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매체는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우크라이나 주둔 가능성에 명확히 선을 긋고 "공중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 한반도와는 달리 미국의 영구 주둔군은 배치되지 않고, 유럽 군대가 현지에 파견되고 미국은 기술적 지원을 담당하는, '혼합형 배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7명의 유럽 주요 정상들과 함께 회의를 갖고 우크라이나 안전보장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는 이날 우크라이나 안보보장을 위해 미군을 투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유럽 국가들이 있고, 그들이 전면에 나설 것이다"며 프랑스와 독일, 영국 등이 지상군을 파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