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서 원하는 대로 해달라"…수사외압 실체 파고드는 해병특검

국방부 주요 3인방 박진희·유재은·김동혁…'수사 외압' 등 의혹
특검, 수사 속도…주요 간부들 '입' 주목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연합뉴스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이 당시 국방부 주요 간부들 중심으로 점차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순직해병 특검팀은 이들이 수사 라인에 "(상부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안 되냐",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하라" 등의 압박을 넣었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은 주요 간부들을 잇따라 소환하며 진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의 '윗선'이 누구인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 이후 어떤 지시가 순차적으로 내려졌는지 전모를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주요 3인방 박진희·유재은·김동혁…'수사 외압' 등 의혹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지난 12일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채상병 사건 재검토 과정에서 국방부의 외압이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2023년 8월 경찰에 이첩한 채상병 사건을 회수한 뒤 수사기록을 재검토했다.

당초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에서는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자로 특정했지만, 국방부 조사본부는 대대장 등 중령 2명만 혐의자로 적시해 사건을 경찰에 재이첩했다. 임 전 사단장은 최종적으로 혐의자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 과정을 총괄한 박 전 직무대리는 혐의자를 줄이라는 '외압'을 행사한 국방부 간부로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을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보좌관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핵심 참모였다.

박 전 보좌관에게 압박을 받았다는 증언은 또 있다. 국방부 조사본부의 당시 김진락 수사단장은 지난달 18일 특검 조사를 받으며 "박 전 보좌관으로부터 수사 결과와 관련한 압박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국방부 조사본부의 사건 재검토 기간 동안 박 전 보좌관이 김 전 단장에게 40차례의 전화와 20여 건의 문자를 보낸 내역도 확인했다고 한다. 아울러 박 전 보좌관이 김 전 단장에게 "(상부가) 원하는 대로 해주면 안 되냐", "장관의 지시다" 등의 발언을 한 녹취록도 확보했다.

해병특검에 출석하는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연합뉴스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에 휩싸인 국방부의 주요 간부는 또 있다. 군 사법정책 수립 및 군사법원과 군 검찰기관의 운영 등의 업무를 담당한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이다.

유 전 관리관은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상병 사건 혐의자를 줄이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뿐만 아니라 채상병 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혐의자와 혐의 내용, 죄명을 (조사보고서에서) 빼라'고 요구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박 단장이 사건 기록을 경북경찰청에 이첩하자, 이를 국방부 검찰단이 당일에 압수영장 없이 위법하게 회수하는 과정을 주도했다는 의심도 받는다.

사건을 위법하게 회수한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그는 박정훈 단장에 대한 고강도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기도 하다.

해병특검, '수사 외압' 조사 속도…주요 간부들 '입' 주목

특검팀은 국방부 주요 간부들을 잇따라 불러 수사 외압 의혹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경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18일과 19일 이틀 연속으로 소환했다.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은 지난 13일, 15일, 1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세 차례 불러 조사했다.

해병특검 출석하는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연합뉴스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은 지난달 28일과 30일 두 차례 참고인으로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했으며 조만간 재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보좌관의 직권남용 등 혐의가 드러나면 신분은 피의자로 전환될 예정이다.

특검팀은 이들을 상대로 '윗선' 지시를 추적하고 있다. 이종섭 전 장관이나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등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국방부 조사본부 등 수사 라인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심이다.

하지만 당시 국방부 수장이던 이종섭 전 장관 측은 "'혐의자를 2명만 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하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격노'가 수사 외압의 구체적 실행으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채상병 사건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자마자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한 바 있다.

결국 국방부 주요 간부들의 '입'이 주목되는 양상이다. 특검팀은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후속 조치를 알아보기 위해 당시 'VIP 격노' 회의에 경호처장 신분으로 윤 전 대통령과 동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지난 18일 처음으로 조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은 특검의 모든 질문에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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