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은 연합군 선물" 망언에 '알박기 방지법' 띄운 與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윤창원 기자

한동안 수면 아래에서 잠자고 있던 이른바 '알박기 방지법'이 최근 다시 부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광복절 축사에서 "광복은 연합군의 선물"이란 취지의 망언을 내뱉으면서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관장이 항일 독립운동을 폄훼했다며 즉각 파면을 요구함과 동시에 이를 계기 삼아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연동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알박기 방지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與 "윤석열의 알박기 제거해 공공기관 정상화"

19일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과 김건희는 임기 내내 주요 공공기관을 김형석과 같은 낙하산 인사로 점령했다. 계엄 선포 이후에도, 심지어 대통령직 파면 이후에도 낙하산 알박기는 멈추지 않았다"며 "윤석열의 알박기를 제거해서 공공기관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에 따르면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선 때까지 임명된 공공기관장만 45명이라고 한다. 이 중 23명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대통령직이 파면된 이후에 임명되기도 했다. 그외 감사 등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른바 '알박기 인사' 논란은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돼왔다. 지난 윤석열 정부 당시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전현희 당시 국민권익위원장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잔여 임기를 채우겠다고 버티면서 '불편한 동거'를 이어간 바 있다. 또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버티기에 들어가는 등 같은 행태가 반복되는 실정이다.

이같은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는 현행법상 공공기관장 등에 대해 대통령이 인사권은 행사할 수 있지만, 해임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점이 꼽힌다. 잔여 임기가 남은 상황에서 이들을 교체할 수 있는 방안은 당사자가 스스로 물러나는 방법밖에 없다.

여야 모두 이같은 문제점에 공감해 지난 21대 국회에서 대통령과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법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모든 공공기관에 일괄 적용하자는 입장이었고, 민주당은 정부 산하 공공기관만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결국 무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도 내세웠지만, 당선된 뒤에는 다소 후순위로 밀려있는 상황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장·차관 인선이 우선이기도 했고, 현재 검찰총장도 인선을 못하고 있지 않나"라며 "취임 이후 급한 현안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지난 8·15 광복절 행사에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우리나라 광복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연합국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라고 망언을 하면서 다시 공공기관장 임기에 대한 이슈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정권과 코드가 맞지 않는 인사가 계속 공공기관장에 있으면 이와 유사한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급 적용'도 논의 포함…'통폐합' 통한 내쫓기 가능성도

발언하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

현재 국회에는 대통령의 임기와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일치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이 최소 6건 발의돼 있는 상태다. 대부분 취지는 공공기관이 정부와 정치적 책임을 공유하고, 정책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 정일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을 중심으로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기업·준정부기관 기관장·감사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하도록 하고, 대통령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교체되는 경우에는 새 정부 출범 후 약 6개월 이내에 이들을 해임할 수 있는 근거 마련 등을 골자로 한다.

해당 개정안에는 현재 재임 중인 공공기관장에 소급 적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지는 않다.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을 사후 법률로 제한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권 내에선 소급 적용 가능성에 대한 부분까지 추후 논의 대상에 포함시키겠단 방침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소급 적용하는 방안까지 포함해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도 이날 "정 의원이 발의한 공운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통과시키겠다"며 "법안 검토 과정에서 필요하면 내용을 보다 명확하고 확실하게 보완하는 입법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소급 적용이 어려울 경우 공공기관을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알박기 인사를 내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셀 것 같다"며 "공공기관 통폐합도 해야 할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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